한국일보가 진보교육감 취임 1년을 맞아 전국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정책에 대한 교원단체별 찬반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교사들은 90% 이상 찬성하는가 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들은 반대 의견이 70~80%에 이른다. 지난 1년간 교육현장에서 무상급식, 체벌금지,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학업성취도평가 축소 등을 놓고 벌어졌던 크고 작은 논란들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진보교육감에 우호적인 전교조와 그렇지 않은 교총 교사들의 응답을 살펴보면 몇 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교총 교사들은 진보교육감이 추진한 인사개혁 등 부패 근절 정책과 학업성취도 축소 정책에 대해 30%가 넘는 지지도를 보였다.
인사개혁 등 부패 근절책에 대해 교총 교사들은 '잘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7%, '매우 잘한다'는 의견이 13.8%로 긍정적인 평가가 34.5%였다.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41%로 거부감은 여전히 높지만 다른 정책에 비해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교총 교사들은 진보교육감 취임 이후 인사청탁 관행 등이 상당부분 개선됐다고 답했다. '이전과 변화없다'는 비율이 62.8%로 압도적이긴 하지만 '개선됐다'(22.9%), '매우 개선됐다'(5%)는 응답이 '(매우)악화됐다'(9.4%)는 비율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한 평교사도 교장에 임용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에 대해서도 25.1%의 교총 교사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16개 시도의 교총 소속 교사 가운데 교장, 교감을 제외한 평교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결국 전교조뿐만 아니라 교총 교사들의 상당수도 기존 인사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드러낸 셈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과학기술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추진했던 일제고사 형태의 학업성취도 평가 축소 정책도 교총 교사들로부터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잘한다'는 응답이 31.1%로 비교적 높았고, '잘못됐다'는 의견도 49.8%로 절반 이하였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한 파행 수업 사례는 전교조뿐만 아니라 교총 교사들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학업성취도 결과를 학교 평가 등에 반영하는 것 때문에 교사들이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교조 교사들은 진보교육감의 정책 가운데 체벌금지 조치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떨어졌다. 체벌금지에 대해 '매우 잘했다'고 평가한 전교조 교사들의 비율은 51.5%,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매우 잘했다'고 평가한 비율도 59%였다. '매우 잘함'의 적극적 찬성을 나타낸 비율이 무상급식(82.1%),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74.5%), 학업성취도 평가 축소(70.9%), 인사개혁(70.8%)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전교조 소속인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체벌금지의 원칙에는 당연히 찬성하지만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체벌금지 논란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곽 교육감이 전교조 교사들의 평가에서 중위권에 머물고, 교총 교사들에게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 한 교육계 인사는 "체벌 금지, 수행평가 확대 방침,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 때문에 교사들에게 점수를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