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무시해도, 실정법을 위반해도 멀쩡하죠. 아무도 건드리려고 안 해요. 보수든 진보든, 여든 야든 다들 그들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눈치를 봅니다. 치외법권 지대, 가히 최후의 성역이죠."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대표 김상구(55)씨의 종교 비판 수위는 대단히 높다. 그는'이드'라는 필명으로 10년 넘게 종교인의 소득세 납부, 종교법인법 제정 촉구 등 시민운동을 해왔다. 신간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 (해피스토리 발행)에서 아무도 건드리려고 하지 않는 종교계, 특히 "믿음을 팔아 돈을 벌고 권력도 사는" 개신교의 치부를 낱낱이 까발렸다. 개신교 비판 '흑서'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믿음이>
책은 3부로 되어 있다.
1부 '한국 종교는 사회적 성역인가'는 헌법과 실정법 위에 군림하는 초법적 종교 권력을 비판한다. 순복음선교회 재산인 기도원 대지를 자기 소유로 등기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의 명의신탁 등 종교계의 부동산실명제 위반 실태,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소득세 한 푼 안 내도 되는 목사 등 '전문종교인'의 특권적 지위를 고발한다.
2부 '한국 종교의 뒤틀린 모습'은 개신교의 가짜 영웅 만들기, 기업화한 대형교회의 돈놀음, 여성 차별, 정치 권력과 종교 권력의 야합을 200쪽에 걸쳐 파헤친다.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 많지만, 정밀 해부를 하고 보니 고개를 돌리고 싶어질 만큼 적나라하다.
길고 치밀한 비판 끝에 그가 내놓는 대안은 3부 '종교계 개혁을 위한 기틀, 종교법인법'으로 요약된다. 현행법상 비영리 의료기관, 사립학교, 복지기관 등 공익법인은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대신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재정을 공개하고 외부 감사를 받게 돼 있다. 그러나 종교법인만은 예외다. 우리나라만 그렇다. 다른 나라들은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된 종교단체에 대해 세금 혜택을 주되 종교법이나 종교법인법으로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그는 "종교가 건강하고 깨끗해지려면 종교법인법을 제정해 재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세습, 탈세, 배임, 횡령, 성차별 등 종교계의 부정적인 모습이 대부분 사라진다고 그는 확신한다.
종교법인법의 필요성은 이 책의 2부에 나오는 대형교회들의 돈놀음 실태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신도들의 신앙심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고 헌금으로 이자 내기, 미인가 신학대학원을 통한 학위 장사, 연간 예산 수십억 수백억원의 교회를 상속세 한 푼 안 내고 자식에게 물려주기 등 교회가 치부 수단이 되는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한국 개신교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는 2부의 내용 중에도 특히 인화성이 큰 대목은 유관순 열사와 주기철 목사 등을 개신교가 만들어낸 가짜 영웅으로 지목한 부분이다. 그는 유관순 열사는 박인덕 등 친일 경력자들이 해방 후 자신의 전력을 덮고 개신교 선교 전략에 이용하는 도구로 만들어낸 영웅이라고 주장한다. 서대문형무소의 유관순 기록과 당시 언론 보도 등 구체적인 자료를 일일이 확인해 내린 결론이다. 일제의 신사참배를 거부한 주기철 목사를 독립운동가로 추앙하는 것도 가짜 신화라고 지적한다. 신사 참배 거부는 우상 숭배를 금지하는 기독교 믿음에 따른 것이지 항일투쟁과는 무관하며, 주 목사는 정교 분리를 내세워 교회의 독립운동 자금 지원을 중단시킨 사람임을 지적한다.
다들 건드리지 않으려는 종교 권력의 비리와 횡포를 비판하면서 그는 수없이 공갈과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계속 버티는 힘은 이 일이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다. 종교가 깨끗해져야 사회가 깨끗해진다고 믿는다.
이번 책이 개신교 비판에 집중된 것은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종교계의 여성 차별 사례로 여성 사제를 불허하는 가톨릭과, 비구니들에게 교단 참정권을 주지 않는 불교 조계종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극히 일부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교회를 다니던 그는 대학 시절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무역업을 하다가 외환위기 충격에 사업이 망한 뒤 절망에 사로잡혀 섬을 떠돌기도 했다. 종교 피해자 상담을 하고 혼자 신학을 공부하면서 종교 권력에 맞서는 시민운동가로 거듭났다. 2007년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를 부동산실명제 위반으로 고발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으로 끝났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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