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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전문서 펴낸 청년들 '세 날라리'/ "공부, 학교에서 안해도 되지만 놓쳐선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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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전문서 펴낸 청년들 '세 날라리'/ "공부, 학교에서 안해도 되지만 놓쳐선 안되죠"

입력
2011.06.2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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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410명 중 390등 위로 올라가 본 적이 없었다. 잘하는 거? 당구, 노래, 게임. 학교는 이들이 혹시 문제를 일으킬세라 학교에서는 결석을 더 반겼다. 이런 아이들이 인문학에 빠졌다. 1,0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도 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스스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 (학이시습 발행)이다. '인문학교'는 진짜 학교가 아니라 이들의 모임이다.

스무살 동갑내기 김준혁 서인석 송성호. 스스로 '세 날나리'라고 부르는 이들을 26일 만났다(송씨는 개인 사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클럽이 즐비한 서울 홍대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유분방한 복장의 청년들은 "공부가 경쟁력이다. 그건 진리다!"라며 다소 의외의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_공부 얼마나 못했나

(서)"선생님들은 내가 축구부인지 알았다고 한다. 학교에 가는 날보다 안가는 날이 많았다." (김) "410명 중 390등? 성적표가 나오면 '아 이번엔 이런 숫자가 나왔구나'하고 버렸다. 중학교 때 친구를 때려 다른 학교로 전학간 성호는 우리 중 꼴찌였다."(웃음)

_왜 인문학을 공부하게 됐나

(서) "우리는 같은 중학교 동창들로 중3부터 청소년문화공동체 '품'에서 지역축제 기획 등을 하며 어울렸다. 사회참여활동도 하고 지역주민들도 자주 만났는데, 고2가 끝날 무렵 '아 내 머리가 너무 비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입시 공부는 죽어도 하기 싫었다." (김) "천문학과 역사 다큐멘터리 보는 것을 좋아했다. 본격적으로 역사를 배우고 싶었다. 그때 마침 책의 공동저자인 심한기 '품' 교장 선생님이 같이 인문학을 공부하자고 해 토요일마다 모였다."

_읽은 책이 결코 쉽지 않다. 처음에 어땠나.

(김) "당연히 힘들었다. 모르는 건 그냥 넘어갔다. 그래도 낯선 단어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찾다 보니 책 한 권 읽는데 1~2주가 걸렸다." (서) "학교를 열심히 다닌 것도 아닌데, 공부라면 책에 밑줄 긋고 외우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 방식을 탈피하기가 제일 힘들었다."

_수업 방식은 어땠나.

(서) "한 주제를 놓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부했다. 가령 문명이라면 일상에서 문명의 변화를 보여 주는 사물들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아 보는 거다. 영화나 음악, 미술 등을 접하고 활발히 토론도 했다." (김) "세계사 교과서는 그 흐름을 지루하게 설명하지만 우리는 흥미를 끌만한 역사적 사건을 짚었다. 지금 세상이 어떻게 변화했고, 그 안의 내 모습은 뭔지 질문을 던져 봤다. 매 수업이 끝나면 내용을 글로 남겼다. 그걸 책으로 묶었다."

_변화가 느껴지던가.

(김) "통합 사고력이 생겼다. 예컨대 '두발 문제'에서 청소년은 아이돌 가수의 영향으로 두발 자유를 원하고 학교에서는 일제 강점기의 잔재로 두발을 규제하려 한다는 점을 집어 내는 것이다. 음악 미술 문학도 사실 각각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서)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한 문장이 한 문단이던 성호도 제법 멋지게 글을 쓴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보는 눈이 생겼다."

_ 대한민국 교육에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서) "공부는 학교에만 있지 않다.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특별활동이나 동아리에 그치지 말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해 세상 공부를 시켰으면 한다." (김)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사가 많아 졌으면 좋겠다."

_목표는

(김) "현재 '품'에서 '무늬만학교'라는 대안학교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셋이서 '세 개(犬)'라는 이름의 교육사업도 열었다. 벌써 인천, 울산 등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문학 수업을 가졌다. 당분간은 '세 개' 활동으로 성장하고 싶다." (서)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대학에 가지 않아서 사회생활 하는데 두렵기도 하지만 명문대만 바라는 사회로는 절대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서씨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쟁취할 수 없다"며 "가령 선생님과 대립할 때도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청소년들은 스스로에게 근원적 질문을 던지지 않으니 스펙을 쌓아 위안받으려 한다. '공부하는 이유가 뭔가' 한번쯤 자기 자신을 부정해보라. 인문학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학문이다. 학교 공부에도 시너지 효과를 주는 건 그야말로 '덤'"이라고 전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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