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무더기 공정성 심의에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위원회는 다음 달 7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MBC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5월 25일 방송)와 KBS '박경철의 경제포커스'(5월 28일 방송), MBC '박혜진이 만난 사람'(6월 11일 방송)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의 '공정성'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위반 정도에 따라 경고나 주의 등 제재가 내려진다.
심의 대상이 된 세 프로그램은 모두 게스트를 초청해 시사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방송이다.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와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는 모두 제정임 세명대 교수를 초빙해 유성기업 파업 사태를 다뤘다. 제 교수는 이들 프로그램에서 "1년 반 동안 이 회사의 아산공장 노조원 중 5명이 과로로 숨졌다"며 "연봉 1억원이 넘는 근로자라도 사측의 부당행위가 있다면 단체행동으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이 헌법과 노동법상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박혜진이 만난 사람'에서는 일제고사를 거부해 해임됐다가 대법원의 판결로 복직하게 된 교사들이 출연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는 어떤 내용이 공정성 위반 대상이 됐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제제 여부를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어떤 사유인지, 현재 어떤 절차가 진행 중인지는 전체회의에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말할 수 없다"며 "다만 3건 다 민원이 제기돼 심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배우 김여진이 출연한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6월 13일 방송)도 심의 대상에 올라있다. 김씨는 이 방송에서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고공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방송의 역할 중 하나가 사회적 약자나 소수계층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인데 방통심의위가 그 역할에 대해 문제 삼으려 하는 것"이라며 "기준이 애매한 공정성을 심의의 잣대를 들이대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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