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된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후유증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주에는 검찰이 경찰내사 지휘권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조정안 수정을 요구하는 경찰의 집단행동이 연일 번지고 있다. 지난 주말 전ㆍ현직 경찰과 가족, 경찰 관련 학과 교수 등이 철야토론회를 열고 조정안수정 청원서를 국회 법사위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경찰 내부통신망에서는 1만 명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수사권조정 실무팀 간부 2명은 조정안에 반발, 전출을 요청했다.
이들 요구의 핵심은 검사의 수사지휘에 따르더라도 '모든' 수사가 아닌, '정당한'지휘에만 따르도록 형사소송법을 고치라는 것이다. 사실 '모든'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데다 현재 경찰수사의 일반관행과도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수사 현실을 반영한다는 조정 원칙과도 어긋난다는 얘기다. 반면, 경찰이 주장하는 지휘의 '정당성'은 자의적으로 해석돼 통상의 검찰 지휘에도 불복할 명분으로 활용될 개연성을 배제키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법사위에서 '모든' 표현의 삭제 여부를 검토하는 정도에서 논의가 이루지는 것이 적절하다.
우리는 지난주 검찰 측이 내사를 지휘권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폈을 때 경찰의 수사개시권 부여 취지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검찰의 지나친 욕심을 질타한 바 있다. 다행히 그 주장은 철회된 상태지만 이번에는 같은 논리로 경찰의 집단반발 역시 비판 받아 마땅한 것이다. 이번 조정의 취지는 경찰의 수사개시권과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함으로써 수사현실과 법조문과의 괴리를 없애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수사권 조정의 첫 발을 내디딘 정도의 의미다.
검찰과 마찬가지로 경찰 역시 착각하지 않기 바란다. 국민은 아직 어느 기관에 더 권한을 주어야 할지 판단을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니 출발은 이만하면 됐다. 검ㆍ경 모두가 불신 받는 상황에서 서로 한 치 영역을 더 가지려는 다툼은 어이없고 부질없다. 더 갖고 싶으면 그만한 자질과 실력을 인정받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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