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리해고로 촉발된 한진중공업 노사갈등이 노조의 총파업 돌입 188일만인 27일 마침내 해결됐다. 그러나 핵심쟁점인 정리해고 문제가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데다 사측이 노사협상 타결 당일 농성노조원에 대한 강제 퇴거를 집행, 강성 노조원들이 장외 투쟁을 선언하는 등 노사 분규의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태다.
이재용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대표이사와 채길용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 지회장은 이날 오후 1시 4개항의 노사협의이행합의서에 서명했다. 채길용 노조 지회장은 노사협상타결 후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갈등 양상으로 서로간의 손실이 커 일단 총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합의 내용은 ▦정리해고자 중 희망자에 한해 희망퇴직 처우 ▦노사간 형사 고소ㆍ고발 취소 및 조합원에 한해 징계조치 면제노력 ▦노조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최소화 등이다. 노조 측은 또 총파업이 끝남에 따라 영도조선소 내 생활관에서 농성을 벌였던 150여 노조원 모두 퇴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강성 노조원 100여명은 정리해고 철회가 빠진 협상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퇴거를 거부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 투쟁을 계속키로 해 또 다른 노사갈등은 물론 노노갈등도 우려된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그간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해왔으나 사태해결을 위해 사측에 한발 양보한 셈이어서 조합원 내부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날 오후 사측의 요청으로 부산지법이 실시한 강제퇴거 집행에 맞서 노조원 50여명이 조선소 내부 크레인에 올라 집행관들과 대치하는 등 격렬히 저항했다. 35m높이의 크레인 농성을 170여일간 해온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해산을 거부했다. 강제퇴거 집행과정에 일부 노조원들은 끌려 나오다 회사 정문 앞 길에 누워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고, 일부는 분을 참지 못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집행관들에 의해 퇴거된 정순철(55)씨는 "노조 집행부의 합의는 노조원 동의를 거치지 않은 만큼 '야합'에 가깝다"며 "해고자 복귀를 위해 장외 투쟁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진중공업은 이날 오후 2시께 농성 노조원에 대해 출입금지가처분에 의한 강제퇴거 집행조치를 취하기 위해 부산지법 측에 요청, 집행관 300여명을 투입시켰다. 경찰 역시 법원 요청에 따라 병력 2,000여명을 조선소 주변에 배치했으나 우려했던 유혈 충돌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노사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가운데 사측의 이재용 대표는 "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만큼 노사가 힘을 합쳐 회사 정상화에 힘을 기울이겠다"며 "정상화가 되는 대로 해고자 중 복귀를 원하는 근로자를 먼저 복귀시키는 등 정리해고 문제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12월 20일 생산직 400명에 대한 사측의 정리해고 조치에 총파업을 벌였고 사측은 이에 직장폐쇄로 맞서면서 노사갈등이 6개월간 이어졌다.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최소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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