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감축이 해법이다.'
미 국가부채 상한선 연장 여부를 놓고 날 선 대립을 하고 있는 민주, 공화 양당이 국방 예산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을 전망이다. 국방비 감축을 통한 재정적자 축소는 민주당이 선호한 것이었으나, 공화당 지도부가 26일 "보다 쉽게 지지를 얻을 수 있은 방법"이라고 수용을 시사하면서 전망이 밝아졌다. 이로써 27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양당 상원 지도부와의 백악관 회담이 부채증액 시한을 한달여 앞둔 양당 협상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연방정부 부채가 법정한도인 14조2,940억달러를 이미 넘어선 상태로, 8월 2일까지 이를 연장하지 않으면 초유의 국가 디폴트 사태에 빠질 수 있다. 양당은 사태가 심각하다는 데는 생각이 같으나, 적자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달랐다. 민주당은 경기침체가 여전하기 때문에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세금감면 축소 등 정부수입 확충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은 교육, 사회보장, 건강보험 등 '비효율적인 정부프로그램의 대폭 축소'를 주장하면서 세금인상은 경기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고 반박한다. 23일 협상장에서 공화당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도 민주당이 대기업과 헤지펀드, 정유업계 등에 대한 세제혜택을 없애겠다고 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공화당이 국방비 삭감에 동조하고 나선 것을 두고 미 언론들은 지난해 중간선거 이후 달라진 당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군사력 확충을 지지하는 쪽이었으나, 티파티 등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세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당 이념이 상당히 달라졌다.
국방비 삭감으로 타협의 발판은 마련됐지만 난제는 남아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내 강경 진보파가 "대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철폐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며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공화당은 "어떠한 형태의 세금인상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따라서 국방비 감축에서 한발 양보한 공화당에 대해 민주당이 세제문제에서 어떻게 유연한 모습을 보이느냐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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