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원대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구속기소된 베넥스인베스트먼트 김준홍 대표의 사무실 금고에 보관돼 있던 거액의 수표 다발(한국일보 5월27일자 10면) 중 상당액이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의 자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최 부회장이 베넥스의 사기적 부정거래 및 주가조작에 개입했는지, 해당 자금이 SK그룹 비자금으로 조성된 것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사정당국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지난 3월 베넥스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김 대표의 여의도 사무실 금고에서 발견된 175억여원 상당의 수표 가운데 일부만 김 대표 소유이고 대부분은 최 부회장 명의의 계좌에서 나온 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해당 수표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뒤 다시 최 부회장의 계좌로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개인금고에 상당한 규모의 수표가 보관돼 있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수표 일련번호를 사진으로 찍어뒀고, 이를 근거로 한 달 전부터 은밀하게 자금 출처를 추적해왔다.
김 대표는 그 동안 해당 수표의 성격에 대해 "지인들 여러 명이 세무조사를 받을 당시 나에게 맡겨둔 것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돈"이라는 취지로 진술해왔다. 김 대표가 자금출처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검찰은 베넥스에서 확보한 투자계획서, 회계장부 분석 등을 통해 최 부회장의 자금이 베넥스의 불법 행위에 동원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다만 검찰은 최 부회장이 불법행위에 관여했다는 단서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SK그룹에 입사한 지 3년 만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한 김 대표는 쉐라톤워커힐 상무, SKT 상무 등을 역임한 최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SK 오너 일가의 자금 관리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베넥스의 투자금 7,000억원 가운데 2,800억원은 SK그룹에서 투자한 돈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코스닥 상장사인 글로웍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120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말 구속 기소됐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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