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는데도 여야가 말로는 민생현안이 산적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불필요한 논란을 제기하고, 이를 이유로 민생현안 심의를 뒤로 미루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한동안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의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의 절차 문제를 둘러싼 실랑이로 허송세월한 여야가 이번에는 '도청' 공방에 매달려 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지난 주말 상임위 회의에서 민주당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발언록 일부를 공개 거론한 데 대해 민주당이 "도청을 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라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측은 녹취록이 아니라 민주당에서 메모 형식으로 흘러나온 내용이라고 해명하며, 거꾸로 일방적 '도청' 주장의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여야가 벌이는 '도청' 공방의 진위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한 의원이 언급한 발언 내용이 상당히 자세하다고는 하지만 특별히 기밀성을 다툴 내용이 아니어서 대개의 다른 회의 내용처럼 흘러나올 수는 있다. 다만 만에 하나 '도청'이나 유사한 행위를 통해 얻어진 정보라면 실로 시대착오적이고, 야당이 다른 모든 일을 제쳐두고 진상 규명에 힘을 쏟을 만하다. 또한 설사 '도청'이나 유사 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상대방의 그런 합리적 오해를 부른 한 의원의 경솔한 언급은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한편으로 국회에서의 여야 공방이 대개 그렇듯, 이번 공방도 애초에 진실보다는 그를 둘러싼 공방 자체를 목표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레짐작도 무성하다. 무엇보다 KBS 수신료 문제로 국회 여야 갈등의 상징으로 떠오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말썽이 잇따르고 있다. 여당은 되도록 빨리 현안을 처리하려는 의욕을, 야당은 온갖 이유로 이를 늦추려는 뜻을 감추지 않는 상황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논란거리는 쉬이 발견되게 마련이다.
이왕에 민주당이 경찰 수사에 맡길 방침이라면 최종 진위가 가려질 때까지 논란을 제쳐두고, 현안 심의에 매달리는 게 낫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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