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던 2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사거리.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내려다 보고 있는 동화면세점 앞 도로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 포크레인이 길가를 따라 아스팔트를 뚫고 있었다. 공사장 관계자는 "빗물받이 설치공사 중인데 아스팔트 밑에서 옛 건물의 기반이 나와 공정이 늦어 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 일대 침수방지 대책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시는 6월 말까지 광화문 일대 하수관거(下水管渠) 정비사업을 마칠 계획이었지만 26일 현재 공정률은 60%에 불과하다. 또 폭우 시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임시저류시설 확보도 목표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9월 21일 서울 지역에 내린 폭우로 광화문 일대가 물에 잠기면서 광장 조성에 따른 침수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시는 올해 2월 광화문광장 침수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2013년까지 광화문 일대 지하 40m에 지름 3.5m이상 길이 2㎞의 대심도(大深度) 빗물배수터널을 설치한다는 것이 핵심. 대심도 배수터널 완공되기 전에는 6월까지 광화문 사거리에서 청계천 쪽으로 빠지는 하수관거를 확장하고 광장 주변 지하시설 세 곳에 임시저류시설을 운영해 침수에 대비할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지연된 것은 광화문 일대 지하 시설물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를 하다 보니 예상치 못했던 지하시설이 계속 나온다"며 "주변에 국가 주요 기관이 많기 때문에 도면에 없는 케이블 등이 발견되면 공사를 멈춘 채 현재 사용하는지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량통제 시간이 짧은 것도 공사가 늦어 지는 이유다. 시공사 관계자는 "차선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보통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교통통제를 하고 공사를 한다"며 "다른 지역 같으면 상황에 따라 교통통제 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광화문 주변은 고위직 차가 통과한다는 이유 등으로 시간이 되면 바로 경찰이 통제를 풀어 버린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24시간 공사를 진행했지만 예상보다 완공이 늦어 졌다"며 "내달 중순이면 정비된 하수관거를 이용할 수 있고 내달 말이면 마무리 공사까지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올해 장마철이 지나서야 침수 대책이 마련된다는 뜻이다.
광화문 일대 임시저류시설 조성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시는 당초 6월까지 세종로주차장(1만5,000㎥)과 세종문화회관 신축현장(2,000㎥) 종로구 도렴 24구역 공사현장(5,000㎥) 등 광하문 주변 지하시설을 임시저류시설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런데 가장 규모가 큰 세종로주차장 임시저류시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세종로주차장이 민간기업 소유인데 협상이 잘 안 되고 있다"며 "도렴 24구역 공사현장이 최대 2만㎥까지 커지기 때문에 임시저류시설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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