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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김점선 미술교실' 여는 사진작가 김중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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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김점선 미술교실' 여는 사진작가 김중만씨

입력
2011.06.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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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고 김점선 화백의 추모작품집 <김점선 그리다> 출판 간담회에 참석한 사진작가 김중만(57ㆍ사진)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레게 머리를 짧게 잘랐고, 반지와 피어싱 등 액세서리를 일절 하지 않았다. 그는 "7년 만에 머리를 잘랐다"며 "김 화백을 떠올리면 늘 부끄러운 마음이 앞서 머리도 자르고 액세서리도 빼고 왔다"고 했다.

두 사람이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77년 김중만의 전시회장에서였다. "김 화백이 우연히 제 전시에 들렀는데, 초면에 '사진 좋다'는 짤막한 한 마디만 남기고 갔어요. 며칠 후 저도 우연히 한 화랑에 걸린 그림을 보고 '그림 좋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김 화백의 그림이었지요." 그렇게 작품으로 먼저 서로를 알아보고 가까워진 둘은 김중만의 사진 위에 김점선이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김중만은 "재미있겠다 싶어 충동적으로 전시를 하게 됐는데, 함께 작업을 하면서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보는 김 화백 덕에 즐거웠고 한편으론 어둡고 냉소적으로 세상을 대했던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김점선은 암 투병 끝에 2009년 3월 세상을 떴다. 그 해 12월 김중만은 캄보디아에서 찍은 사진들로 전시회를 열었다. 그 수익금 8,000만원과 신한물감 등의 후원으로 캄보디아 시엠립주 앙코르와트 부근 '김점선 미술교실' 기반을 마련했다. 그 미술교실이 드디어 27일 문을 연다. 인근 학교 학생과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청소년 등 600여명이 이 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미술을 배울 수 있다. 김중만은 "김 화백은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는데, 캄보디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교실이 생기고 붓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아이들이 미술을 배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점선 그리다> (문학의 문학 발행)에는 김점선의 미발표 작품 12점과 김중만의 사진, 그리고 이해인 수녀, 정호승 시인, 정민 한양대 교수, 고 박완서 작가, 고 장영희 교수 등 김 화백과 친분이 두터웠던 지인 17명의 글이 실렸다. 책 제목 '그리다'는 '그림을 그리다'와 '그리워하다'란 의미다. 김점선이 말과 꽃 등을 그린 그림 밑에 비슷한 느낌의 김중만 사진이 나란히 배치됐다. 김중만은 "함께 작업한 것도 아닌데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도 같은 꿈을 꿔왔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랍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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