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주택총조사와 농림어업총조사, 그리고 올해 최초로 실시한 경제총조사까지. 재임 중 1~2개만 해도 보람이 있다는데, 그는 통계청이 실시하는 3대 전수조사를 모두 치른 첫 통계청장이 됐다. 인터뷰는 경제총조사 마지막 날인 24일 진행됐다. 이인실(사진) 통계청장은 "사상 처음 전국의 모든 사업체를 전수조사 하느라 초반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쳐 다행"이라며 "인구주택총조사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참여율(47.9%)을 기록하는 등 3대 조사 모두 큰 성공을 거둬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청장은 아직도 욕심이 많은 듯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통계는 활용돼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계가 어려워선 안 되고, 개인 관심사와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청장이 요즘 총력을 기울이는 게 이른바 '우리집 물가'다. 통계청이 현재 실용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개인들이 각자 소비하는 품목들을 산식(算式)에 입력하면 자기에게 최적화한 물가지수가 나온다고 한다. 이 청장은 "우리집 물가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으로 개발하면 통계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 첫 경제총조사를 마쳤습니다. 그 의미를 평가한다면요.
"경제총조사는 인구주택총조사와 함께 선진국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통계조사입니다. 전국 330만개 사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규모와 고용구조 변화, 경영 실태까지 분석을 합니다. 전체 산업의 구조를 체계적이고 촘촘히 파악할 수 있는 기초 통계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어요."
- 조사 결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됩니까.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거나 기업이 경영 전략을 짤 때 기초자료가 돼요. 각종 표본조사나 동향 통계의 모집단 역할도 하죠. 특히 지도 위에 경제총조사와 인구총조사 결과를 함께 얹어 입체적 정보를 제공할 계획인데요. 예컨대 특정 구역에 치킨집이 몇 개인지, 또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특성은 어떤지 등이 나오기 때문에 자영업 창업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 작년에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하나 둘 나오고 있는데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5월에 인구 부문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걸로 나왔습니다. 고령사회가 초래할 사회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낮은 출산율을 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들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겁니다."
- 원론적인 질문이지만, 통계가 왜 중요한가요.
"통계는 말하자면 '내 인생의 계기판'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인생을 자동차 운전에 비유해 보죠. 목적지에 갈 때 계기판을 보며 운전하잖아요. 속도ㆍ연료ㆍ엔진 상태가 계기판에 표시되죠. 국가나 기업도 마찬가지에요. 통계는 '국정 계기판', '경영 계기판'이 되는 거죠."
- 2009년 5월 취임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장수청장'의 비결은 무엇인지요.
"민간(경제학자) 출신이어서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수요자 입장에서 통계를 보다 보니 다양하고 구체적인 통계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통계청장을 오래 하는 게 무엇보다 잘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통계청장이 단기 성과를 내려다 보면 중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긴 임기가 국제 추세에도 맞고요. 호주 통계청장의 임기는 7년이나 돼요."
- 통계청장으로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사회복지나 삶의 질 관련 통계 지표를 만들고 싶어요. 과거엔 '먹고 사는 것'만 걱정거리였잖아요. 그래서 생산ㆍ경제 지표가 강조됐죠. 그러나 이제 '어떻게 사느냐'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어요. 삶의 질에 대한 지표를 제시하면 사회 역시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생각해요. 통계는 나침반이니까요."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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