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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여가만 늘어나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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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여가만 늘어나면 뭐하나

입력
2011.06.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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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번 주에 내수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모양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장ㆍ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정토론회에서 내수 증진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공공부문 출ㆍ퇴근 시간을 각각 1시간 앞당기는 8ㆍ5근무제, 겨울방학을 단축하고 봄ㆍ가을 방학을 신설하는 방학분산제,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칠 경우 다음날인 월요일을 휴일로 지정하는 대체공휴일제 등 여가를 늘려 소비를 진작하려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이런 방법은 국민 특유의 근면성과 높은 저축 성향으로 내수 부진에 허덕이던 일본에서 자주 사용됐다. 일본 정부는 '더 많이 놀아야 경제가 산다'는 구호까지 만들어가며 휴가 문화를 적극 장려했다. 그 결과 현재 일본의 법정 공휴일은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많다. 문제는 일만 하는 문화에 젖어있는 기업과 근로자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근로자들은 회사가 공식 휴무를 하지 않는 한 좀체 쉬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자신에게 주어진 휴가조차 절반 정도밖에 쓰지 않는 게 현실이다.

경제현실 무시한 여가 확대

일본 정부는 고심 끝에 수십 조원의 현금을 각 가정에 직접 나눠주는 경기부양책도 여러 차례 시도했다. 1998년 7,000억 엔에 이어 2008년에는 가구당 3만 8,000엔씩, 우리 돈으로 약 25조원의 상품권을 나눠줬지만 경기 및 소비 진작 효과는 크지 않았다. 상당수 국민들이 그 돈조차 저축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 문화도 일본과 비슷하다. 대기업에서는 야근이 일상화한데다 중간 책임자만 돼도 휴일에 수시로 불려나가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대기업 주문을 맞추려면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공휴일제나 8ㆍ5근무제는 딴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일부 대기업 근로자를 제외하면 여가가 늘어나는 게 반갑지도 않다.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우리나라의 저축률은 3.2%(2009년)까지 떨어졌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일부 대기업이 독식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소득 불균형이 커졌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국민총생산(GDP) 기준 기업의 소득증가율은 1990년대에 비해 6배 가량 늘었지만, 가계의 소득증가율은 절반으로 줄었다.

내수 부진의 원인은 분명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일자리 감소 등 거시적 요인과 수출은 늘어도 내수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요인이 복합됐다"고 진단하지 않았는가. 실제 최근 십 수년간 기업의 수익은 크게 늘었지만, 일자리나 근로자의 임금은 오히려 줄거나 제자리 걸음을 해왔다. 기업들이 수십 조원의 현금을 쌓아둔 채 고용과 투자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들은 지금도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벅차다고 호소한다.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금리마저 오르니 가처분소득은 더 줄 수밖에 없다. 4대강 등 대규모 토목사업에 따른 국가재정 악화로 각종 사회부담금까지 떠맡아야 했다. 그러니 서민들에게 여가가 더 늘어나는 것은 고역일 수밖에 없다.

서민경제 살리기가 관건

내수를 활성화하려면 여가 늘리기에 신경 쓸 게 아니라, 수출의 과실을 내수로 돌려 소비 성향이 높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거꾸로 부자들과 대기업의 세금을 깎아주고 인위적인 환율과 금리 개입으로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등 소수가 부를 독식하는 정책을 펴왔다.

이제 무너진 중산층과 서민경제를 복원하는 정공법을 쓸 때가 됐다.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살게 된다는 성장 신화의 믿음은 설 자리를 잃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해소하고 비정규직을 축소하며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 확대를 통해 중산층과 서민층의 실질소득을 늘려줘야 한다. 서민경제를 살리는 게 내수 활성화의 지름길이다.

고재학 경제부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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