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서울대 공대에 다니던 조모(25)씨는 자신이 설립한 한 주식투자 회사의 동업자인 A씨와 사무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조씨는 그 자리에서 "자동거래시스템을 이용해 투자금을 유치한 다음 직접 투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하자"고 제의했다. A씨 역시 조씨의 권유에 기꺼이 동의했다.
동업자와 합의를 마친 조씨는 적극적으로 투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자동거래시스템에 과거 선물지수 등 시장 데이터를 적용해 출력한 '선물 시스템 트레이딩 성과'라는 자료를 보여주며 "이 시스템으로 선물거래 투자한 결과 352%의 수익을 올렸다. 투자금을 주면 고수익을 내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이렇게 조씨가 25명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돈만 23억여원에 달했다.
하지만 조씨는 투자금으로 수익을 올려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조씨가 자랑한 자동거래시스템은 사용이 불가능한 미완성 상태였다. 약속과 달리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선물과 옵션에 투자를 하다 조씨는 결국 투자원금마저 잃게 됐고, 다른 투자자의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반환하는 '돌려막기' 행태를 일삼았다. 조씨는 자신의 고등학교 선배를 찾아가 같은 자료를 내밀고는 투자를 권유하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 선배를 통해 10명한테서 추가로 모은 돈도 12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조씨의 사기 행각은 투자금이 공중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투자자들이 지난해 10월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꼬리가 밟히고 말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정선재)는 "범행수법이 매우 지능적이고 대담하며, 죄질이 불량하다"며 조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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