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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이별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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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시로 여는 아침] 이별의 순간

입력
2011.06.26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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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도이나슈

우리들 사이의 거리는 번개가 된다

그리고 새들은 따스한 재를 통해 날아간다,

창백한 소리를 지르며, 그리고

달리기 선수처럼 빨리 지나가는 이방인도

느끼지 못한다, 그의 가슴이

우리의 눈 사이에서 절망 속에 빛났던

가느다란 끈을 찢었다는 것을.

● 오랫동안 고요한 침묵이 사랑의 자리를 감싸고 있을 때가 있지요. 그러다 문득 번개가 치듯 환하게 두 연인 사이의 먼 거리가 드러납니다. 한 나무와 다른 나무 사이의 먼 거리처럼. 번개 맞은 나무들로부터 추억의 새들이 창백한 표정으로 날아오르겠지요. 따듯한 재로 휘감긴 공기를 부드러운 이불처럼 끌고서.

당신은 내가 작별을 고했다고 영원히 기억할 테죠. 하지만 내가 안 그랬어요. 이 거리를 달리기 선수처럼 급히 지나가던 어느 행인이 그랬을 뿐. 그가 우리를 이어주던 가느다란 끈을 무심히 찢고 가버리는 풍경을 나는 마지막으로 지켜보았어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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