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김영편입학원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된 이모(63ㆍ세무사) 전 서울국세청 조사국장이 퇴임 뒤 SK그룹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이 돈이 자문료가 아니라 세무조사 무마 청탁의 대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자금 성격을 살펴보고 있다. 김영학원과 청호나이스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지 주목된다.
2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최윤수)는 최근 이씨에 대한 계좌추적 과정에서 이씨가 2006년 국세청을 퇴직한 뒤 3~4년에 걸쳐 SK그룹으로부터 30여억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최근 SK그룹에서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임원을 불러 이씨에게 돈을 입금한 경위를 추궁했다. SK그룹 측은 “경영진단 계약을 체결하고 자문료 형식으로 정상적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씨는 자문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으며, SK그룹도 정상적인 경비 처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자문료라고 보기에는 금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서, 이씨가 국세청 재직 당시 SK계열사 세무조사에서 각종 편의를 봐준 뒤 퇴직 후 사례금 성격으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대기업이 개인 세무사에게 이처럼 거액의 자문료를 지급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 만큼 사후(事後)수뢰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 역삼동에 소재한 세무회계법인 대표 직함을 썼지만 실제로는 혼자 활동하는 개업 세무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SK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세무조사 자료를 확보해 세금을 감면해 준 흔적이 있는지 조사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에게 건너간 30억원 중 일부가 당시 국세청 고위층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씨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서울국세청장 재직 시절 서울국세청 조사2국장을 지내다 2006년 6월 퇴직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검찰 수사에서 한 전 청장이 미국 도피 시절 대기업 3곳을 포함한 7개 기업으로부터 사실상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은 채 고문료 명목으로 6억5,1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국세청과 기업의 검은 유착 관계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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