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태풍 속에서 시를 읽어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태풍 속에서 시를 읽어라

입력
2011.06.24 17:32
0 0

주말에 청첩장보다 많이 쌓이는 것이 문학행사 초대장이다. 시를 쓰는 '詩人'이 아니라 각종 행사에 시간을 쓰는 '時人' 같다. 시인이 많다. 시인이 많지만 통계청은 대한민국 시인의 수를 조사하지 않는다. 시인이 국가의 중요한 통계나 경제활동의 지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인이 많은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가장 쉬운 계산은 시인이 많으면 시집이 많이 출간된다. 시인이란 동업자끼리는 좋은 제품, 즉 좋은 시집의 구매도 원활해진다. 그런데 앞의 예는 맞는 현상인데, 뒤의 예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시집은 쏟아지는데 좋은 시집이 팔리지 않는다. 시인이 많은데 시인이 시집을 읽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개점 휴업한 시인이 많아서, 어려운 시인이 많아서라고 말 할 수 없다. 시인이 시집을 읽지 않는 시대가 이미 고질화되었다는 것이다. 문예정책이 바뀌어야한다. 시인을 위한 정책이 아닌 시를 위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시인을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우선해야 한다.

시인이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가 좋은 시인을 만든다고 가르쳐야 한다. 문학행사라는 것, 정작 시는 앉을 의자조차 없고 시인을 위한 행사다. 다음에 '시론'을 쓴다면 그 처음을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 '태초에 시인보다 시가 먼저 있었다.' 태풍이 온다. 그 태풍 속에서 시를 읽는 위대한 예지(叡智)를 만나고 싶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