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역사적 업적을 송두리째 부정해야 하는 아들. 풍전등화에 몰린 그리스의 운명을 짊어진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얄궂은 가족사가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파판드레우 가문은 3대가 연속으로 총리를 지낸 그리스 정치의 명문가다.
24일 AP 통신은 “파판드레우 총리가 과거 그의 아버지(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가 투쟁을 통해 얻어낸 국가적 프로젝트를 해체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고 풀이했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는 1980~90년대 총리를 지낸 그리스 현대정치의 거목인데, 그가 바로 현재 그리스 재정위기의 근본 원인이 된 복지제도를 구축한 장본인이라는 의미다.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 그리스 사회당을 창당하며 81년 그리스 최초의 좌파정권 총리에 올랐다. 집권 후 그는 기존의 친서방 외교에서 탈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공동체(EC) 탈퇴를 추진하는 등의 중립 노선을 걸으며 그리스의 대외적 위상을 강화했다. 그러나 집권 기간 동안 노동자와 서민들 위한 선심성 복지정책을 남발했고, 부패와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바로 이러한 포퓰리즘의 후유증이 쌓이면서 생긴 그리스의 재정 적자를 아들인 파판드레우 현 총리가 해결해야 하는 기묘한 상황을 맞게 된 것. 이를 두고 그리스의 정치 평론가 니코스 디모우는 “아들이 아버지의 죄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 묘사하기도 했다.
한편 23일(현지시간) 그리스와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정부가 마련한 5개년 긴축 재정안에 합의를 이뤘다.
28일 그리스 의회가 긴축안을 통과시키면 지난해 1,100억유로에 이어 1,200억유로에 달하는 2차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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