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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여행과 동아시아 고전문학' 목숨 걸고서야 떠났던 옛날의 여행 그만큼 깨달음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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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여행과 동아시아 고전문학' 목숨 걸고서야 떠났던 옛날의 여행 그만큼 깨달음도 컸다

입력
2011.06.2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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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동아시아 고전문학/심경호 지음/고려대학교 출판부 발행·464쪽·2만3,000원

클릭 몇 번이면 대륙 너머의 오지가 천연색으로 펼쳐지는 시대에 상형과 형성(形聲)의 글자로 기록된 옛사람들의 여행기를 읽는 일. 그것은 거리가 아닌 깊이로 가늠되는 시공으로 떠나는 일이다. 신라의 구법승이 깨달음을 찾고자 수십 년 인도를 떠돌고, 조선의 선비가 왜란 때 포로로 끌려갔다 탈출하는 과정에 담긴 여행은 쾌락을 좇는 현대인의 여가와는 거리가 멀다.

삶의 부수(附隨)가 아니라 골조로서의 여행. 저자 심경호씨는 에필로그에 이렇게 써 붙였다. "여행은 자신을 허무 속으로 내던지는 행위이다. 거기서 살아 돌아올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한국 고전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여행과 동아시아 고전문학'이라는 강좌를 열고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뱃길에 풍랑을 만나 중국 남부를 여행하게 된 최부의 <표해록> , 여자의 몸으로 금강산 유람에 떠났던 김금원의 <호동서락기> , 유생의 눈으로 산사를 탐방한 정시한의 <산중일기> 등 20여편의 작품이 밑감이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현재보다 훨씬 불편했을 노정에서, 지금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여행의 고통과 기쁨을 경험했다… 그들에게 여행은, 그것이 개인적인 것이었든 공적인 것이었든, 우연적인 것이었든 계획적인 것이었든, 그들의 내면을 변혁시킬 큰 계기가 되어 왔다."

같은 주제를 다룬 여러 여행기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그 기록의 가치를 확장시킨 것이 이 책이 지닌 미덕이다. 예컨대 <표해록> 이 사쿠겐 슈로의 <입명기> ,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비교해보는 식이다. 수 세기 전의 한문 문장을 한글로 풀고, 그것을 지금의 지리 지식과 접합하느라 조금은 딱딱한 느낌이 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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