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끝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회의 뒤 기자회견장에 선 벤 버냉키 Fed 의장의 입을 주목했다. 가장 큰 관심은 과연 그가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해서 어떤 시그널을 줄 것인지 여부.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끝내 침묵했다.
양적완화(QE)란 금리의 절대 수준이 통화정책을 펼 수 없을 정도로 낮을 경우 중앙은행이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을 말한다. 시중금리가 제로 금리에 근접한 상황에서 국채 매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다.
연준이 처음 QE 카드를 꺼내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책금리 인하 등으로도 도저히 미국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새로 찍어낸 달러로 민간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를 사들인 것이다. 연준이 작년 3월까지 이런 방식으로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은 1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막대한 돈을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않자 연준은 작년 11월부터 두 번째 양적완화에 나선다. 이른바 2차 양적완화(QE2). 올 6월말까지 6,000억 달러의 유동성 공급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예정대로 6월말 QE2를 종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회복 기미를 보이던 미국 경기는 다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고, 그리스 재정위기, 일본 도후쿠(東北) 대지진 여파 등 주변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연준 스스로도 올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보다 대폭 낮춰 잡았다. 시장에서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기대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인플레 공포가 이젠 미국마저 서서히 덮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추가적인 달러 살포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물가 상승이 연준의 손목을 묶었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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