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을 돌아보면 제 노래는 한마디로 물 같아요. 노래는 처음 세상에 발표한 가수보다는 그걸 되불러주는 사람의 것이잖아요. 물이 그렇듯이, 노래는 담는 사람의 그릇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모양이 되지요."
23일 오후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데뷔 40주년 기념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 제작발표회를 연 양희은(59)은 어두운 무대에 올라 지나온 삶과 노래에 대해 담담하게 읊조렸다. 1971년 '아침이슬'로 데뷔한 지 40년. 어둡고 힘겨웠던 시절을 노래로 어루만지며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됐던 그다. 그 마흔 해를 노래와 춤으로 엮으며 붙인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 "실은 81년 낸 앨범 제목이에요. 14개월 동안 무전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암 수술을 받고 의사가 '석 달 살고 죽는다'고 했을 때 송창식 선배가 만들어준 곡이죠. 이 나이쯤 되니까, 다시 나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어요. '어디만큼 왔니', 하고."
양희은은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노래란 "풀기 어려운 숙제 같았고 그래서 피하고 싶은 대상"이었다고 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망한 후 돈을 벌기 위해 노래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즐길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데뷔곡 '아침이슬'도 제 의도와 다르게 대중이 받아들이면서 멍에가 됐죠. 앨범을 낼 때마다 '아침이슬'을 넘어서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동생인 배우 양희경(57)은 그런 그의 모습을 애처롭게 기억하고 있었다. "언니가 생계 때문에 노래를 불러야 했으니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거웠죠.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노래를 즐기려 노력하더니 이제는 노래를 사랑해서 불러요. 그런 언니가 자랑스러워요."
이번 뮤지컬에는 양희은의 가슴 아픈 가족사도 녹아있다. 양희은은 "2004~2005년 '언제나 봄날'이라는 드라마 형식의 콘서트로 동생과 함께 우리 가족 이야기를 풀어낸 적이 있다. 그렇게 얘기함으로써 제 마음 속에 있는 아프고 상처 입은 어린 아이와의 화해를 시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누구나 젊은 날 가졌던, 그러나 살다 보니 흐지부지 돼 묻어두었던 꿈과 희망이란 단어를 꺼내 다시 펼쳐보자는 의미를 던지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어디만큼 왔니'는 7월 19일부터 8월 14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양희은, 양희경이 직접 출연하며, 젊은 양희은 역은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이하나(24)가 맡았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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