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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등록금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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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등록금을 부탁해”

입력
2011.06.23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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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가난한 사람이 곡식을 꾸기 위해 벼슬자리에 오른 친구를 찾아갔다. 친구는 이런 말을 건넸다. “알겠네. 이제 두 세 달만 지나면 소작료를 받게 될 테니 그 때 가서 황금3백 냥을 빌려 주겠네”. 그 말을 들은 가난한 친구가 말 했다.

‘반값등록금’ 못 마땅한 이들

“내가 여기 오는데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속에서 붕어 한 마리가 말라 죽어가고 있었네. 그 붕어는 내게 어디서 물 한 바가지만 떠다가 자기를 살려 달라며 애원 하더군. 그래서 나는 붕어에게 이렇게 말했다네. 지금 내가 먼 나라로 여행 중이니 돌아오는 길에 그 나라 강물을 끌어다 주겠노라고. 그러자 그 붕어의 말이 그런 말을 하려거든 차라리 자기를 건어물 가게에나 내다 팔라고….”

학기가 끝나가는 요즘, 자취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라면 국물 마셔가며 다가올 가을학기 등록금 때문에 한숨짓는 ‘알바’ 대학생들의 축 처진 어깨를 떠 올리게 된다. 학교 주변의 비싼 방값 때문에 변두리에 둥지를 틀고 시간당 4,000원 남짓한 최저임금으로 연간 1,000만 원 가까운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땀 흘리는 안쓰러운 모습도 떠오른다. 차라리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 들고 있는 친구들이 부럽다는 그 대학생들 말이다.

저소득 계층 대학생들이 꿈을 잃지 않고, 자녀의 등록금 문제로 부모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그리고 우리 사회와 국가의 축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보루가 돼야 할 ‘반값등록금’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반값등록금이 “소득구간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란 설명에도 불구하고 비 우호집단은 여전히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재원은 또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겠느냐며 미리부터 고개를 가로 젓고 손사래 치는 형국이다. 가을 학기는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부실대학(?)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딴죽 거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반대논리는 언뜻 타당한 것 같으나, 그 본질은 반값등록금이 탐탁지 않은 것이다. 몇 배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 4대강 사업은 밀어붙이면서 반값등록금 재원을 우려하고, 우리 사회 부정부패의 주역들이 일류대 출신 엘리트들이란 사실을 지켜보면서도 다른 학생들을 ‘무늬만 대학생’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우리 부모 세대들은 지금 정부나 정치권처럼 등록금 재원 때문에 자식 공부 시키는 일을 주저하지는 않았다. 생선광주리를 이고 자식 공부를 시켰다는 대통령의 어머니도 아마 그러했을 것이다.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자녀교육’에 올인 했던 부모 세대의 무모한(?) 용단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뤄낸 동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왜 우리는 그러질 못하는가.

사회 공동선 위한 과제

반값등록금 문제는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여당과 야당이 함께 힘을 보태야 할 공동선의 과제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그 가능성을 열어가야 한다. 자식 대학등록금을 멍에로 짊어진 채 자갈밭을 일구는 등 굽은 시골 농부의 입장에서, 일용직 공사판을 전전하며 자식에 대한 기대를 포기할 수 없는 달동네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잠시 선거는 접어두자. 여야와 정부의 정치적 계산도 접어두자. 올 가을 건어물 가게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네들을 생각 한다면, 못할 일은 무엇이고 안 될 일은 또 무엇이겠는가. 지금의 대학등록금, 정치권 의지의 문제요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이다.

오성삼 건국대 교수‧ 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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