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수세심(觀水洗心) 관화미심(觀花美心).'
지난 16일 새벽 12시, 삼성 사내 인트라넷인 마이싱글을 통해 전 임직원들에게 전달된 한자성어(사진)는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장자에 나오는 이 말은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
평상 시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았겠지만, 사정(司正)의 칼바람 속에 놓여 있는 그룹 내부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 메시지의 무게감은 적지 않아 보였다. 삼성은 이달 초 자체 감사 결과에서 삼성테크원의 내부 비리가 드러나자, 격노한 이 회장이 강력한 클린경영 의지를 천명, 대대적인 인적 쇄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이 한자성어로 임직원들에게 경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삼성은 2009년부터 대내외에 전달할 메시지가 있을 경우, 마이싱글을 통해 짤막한 한자성어를 공개하고 있다.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 17주년이던 지난해 6월 안주하지 말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로 '마불정제(馬不停蹄·달리는 말은 말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를 내걸었다. 이어 지난해 12월말에는 일에 대한 몰입과 함께, 우직한 소의 걸음으로 목표를 향해 쉼 없이 전진하며, 허를 찌르는 혁신적인 사고를 하라는 뜻에서 '불광불급(不狂不及ㆍ미쳐야 미친다)', '우보만리(牛步萬里ㆍ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 만리를 간다)','성동격서(聲東擊西ㆍ동쪽서 소리를 내고 서쪽서 적을 친다)' 등 세 개의 사자성어도 동시에 마이싱글에 올렸다. 올 초에는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하면 능히 남을 누를 수 있다는 의미로 '선즉제인'(先則制人)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는 간결하면서도 은유적인 뜻을 내포한 한자성어로 경영 메시지를 전파하면서 내부 직원들의 결속까지 다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사내 인트라넷 담당 부서가 옛 선인들의 지혜를 배우자는 뜻에서 그 때 그 때 그룹 내 상황에 맞는 사자성어를 골라 임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며 "그룹 경영진이 제시한 공식 경영 화두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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