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가 현실화하면 내년 편의점의 풍경은 상당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고 이 사안을 논의하고 있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의 일정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쯤에 감기약 등이 약국 밖으로 나오게 된다.
22일 복지부가 약심 안건보고서에서 제시한 약국 외 판매 유통관리 고려사항에 따르면 약국 외 의약품 판매는 수량제한, 구매자 연령제한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일반 공산품ㆍ식품과 섞어서 진열할 수 없으며, 임산부ㆍ음주자 등에게 복용시 유의사항을 게시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금연 보조제 및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은 환자가 자유롭게 집을 수 없는 장소에 진열된다. 국내에서 담배를 판매할 때처럼 판매자가 꺼내 주는 식이다.
알약 등의 포장단위 제한도 제시됐다. 영국은 같은 알약이라도 포장된 개수에 따라 약국판매와 슈퍼 판매를 구분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이부프로펜 200㎎정의 경우, 12정 포장은 자유판매약이지만 24정 포장은 약국판매 의약품으로 분류한다.
일부 국가는 의약품 판매에 연령제한도 두고 있는데, 이 부분도 복지부는 적극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배처럼 성인만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슈퍼 판매 일반약은 의약품의 효능ㆍ용량ㆍ사용법ㆍ주의사항 등을 훨씬 알기 쉽고 상세하게 표기하도록 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약심 보고서에서 참고사항으로 약국 외 판매 의약품도 예시했다. 타이레놀ㆍ아스피린ㆍ부루펜 등 해열진통제, 화이투벤ㆍ화콜ㆍ판콜 등 종합감기약, 베아제ㆍ훼스탈 등 소화제, 제일쿨파스ㆍ대신핫파프카타플라스마 등 파스 종류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러나 "약사법이 개정되기 전에 품목을 확정할 수는 없으며, 성분에 따라 많이 판매되는 품목 위주로 설명하기 위해 예시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박카스 등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44개 품목은 고시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복지부가 확정적으로 발표했지만, 약국 외 판매 일반약은 법 개정이 없으면 품목 선정이 무의미하다.
한편, 복지부는 심야, 공휴일에 24시간 운영 가능한 장소로 약국 외 판매를 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결국 편의점으로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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