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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경제학의 배신' "시장경제의 역기능에 방관자가 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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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경제학의 배신' "시장경제의 역기능에 방관자가 되지 말라"

입력
2011.06.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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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배신/라즈 파텔 지음·제현주 옮김/북돋움 발행·336쪽·1만4,800원

이쯤 되면 종교처럼 떠받들던 절대적인 믿음의 붕괴다. 최근 현대사회를 강력히 지배해 온 시장주의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해 국내 한 대기업이 "시장경제의 자유 경쟁에 따른 가격 혁신"이라며 선보인 마리당 5,000원짜리 '통큰 치킨'은 영세 치킨점주들의 반발로 일주일 만에 시장에서 퇴출됐다. 얼마 전부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두부 전쟁이 치열하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정부의 '동반성장' 기조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두부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의 결함을 지적한 <경제학의 배신> 은 이런 반시장주의 논리에 힘을 실어 주는 경제철학서다. 런던 출신의 농민운동가로 <식량전쟁> 과 <먹거리 반란> 을 써 주목을 받은 라즈 파텔의 근작이다. 세계은행과 세계무역기구, 유엔에서 일했고 현재 비영리연구기관인 식량과 발전정책 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있는 저자는 19세기 정치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을 비롯한 여러 학자의 저작을 바탕으로 시장경제의 결함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논의는 2008년 미국 월가의 붕괴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지구 상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수학 천재들이 거부들의 막대한 자금을 등에 업고 어떻게 세계 경제를 벼랑으로 내몰았는가." 저자는 그 이유를 "흘러넘치는 자본주의 정신"에서 찾았다. "우리에게 시장이라는 잘못된 프리즘 말고는 세상을 이해하거나 평가할 수단이 없었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가진 것을 이용해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으려는 욕망에 의해 탄생한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세계가 확산하면서, 현재의 경제체제는 진짜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세상과는 아무런 상관 없이 작동하는 것이 돼버렸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가격으로 세상 모든 것의 가치를 매기는 시장 주도적 관점이 이미 실패했다는 증거가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고 있는데도 사람들이 망가진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그는 가격이 욕구나 욕망이 아닌 복지를 위한 필요를 충족시킬 때 제 기능을 하게 되며, 지금의 가격은 물건의 용도와 생산 비용을 알려주는 길잡이로서 부적절하다고 덧붙인다. 가격에 근거한 경제학의 문제점은 맥도날드 햄버거의 예를 들어 구체화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한 개에 4달러에 팔리는 빅맥은 사회적, 생태적 비용을 포함하면 가격이 200달러는 돼야 한다. 빅맥의 판매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소 사육에 수반하는 환경 파괴 비용 등을 사회 전체가 지불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잘못된 경로"를 바로 잡을 대항운동의 촉구다. "시장을 정의하고 규제하는 것은 힘있는 자들이며 우리가 신화처럼 떠받들어 온 자유시장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순수하고 공정한 기구가 아닌 실상은 정치의 장"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특히 현대인들이 시장에 대한 환상과 함께 민주주의에의 환상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정당 정치와 대의 정치로 대표되는 민주주의 개념은 반 쪽짜리"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전문가가 꾸려 나가는 민주주의가 아닌 전문성과 자원의 민주화"라고 강조한다. 조금 느리더라도 개개인이 정치에 참여해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유시장의 현란한 빛에 눈이 먼 우리는 한 가지 방식으로밖에 세상을 바라볼 수 없었다"고 표현한 첫 장부터 상당히 급진적인 생각을 담고 있지만 다양한 사례와 충분한 배경지식을 논거로 삼고 있어 묘하게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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