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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심야버스 안의 3분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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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심야버스 안의 3분 소동

입력
2011.06.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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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을 앞둔 17일 자정 무렵, 집(경기도 일산)으로 가기 위해 평소처럼 남대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5분여 만에 운이 좋게도 광역직행버스인 M버스가 와서 선뜻 올라탔다. M버스는 일반 콩나물 버스들과 달리 철저한 정원제로 운영돼 입석 손님을 태우지 않아 쾌적하다. 정차하는 정류장도 서울에서 일산까지 서너 곳에 불과해 출퇴근 시간에는 자가용을 가지고 오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요금까지 일반 광역버스와 같아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버스다.

버스 좌석에 앉아 막 잠을 청하려는 순간, 정장 차림의 한 중년 남성이 벌떡 일어나더니 손님들을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자신을 이 M버스 대표라고 소개한 이 남자는 "2년 전부터 M버스를 운영하는데 정부가 환승손실부담금을 단 한 푼도 보전해주지 않고, 버스 요금도 4년간 동결해 지난해에만 14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며 "그간 운전기사 월급과 연료비까지 폭등해 M버스를 계속 운영해야 할지, 접어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하소연이었다.

처음 갑작스러운 불청객 등장에 놀랐던 승객들은 "혹시 요금 인상이 되더라도 반대하지 말고 이해해 달라"는 말과 함께 90도 인사를 한 이 버스회사 사장의 호소에 일면 수긍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일부 승객은 "정확한 내용을 알아보겠다"며 사장과 명함을 교환하기도 했다. 버스회사 사장이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하면서 버스 안의 '3분 소동'은 마무리됐다.

실제로 M버스는 기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사업 면허는 국토해양부 장관이 내 주고 운영은 위탁을 맡은 민간 운송업체가 한다. 여기에 환승에 따른 보조금 지급은 서울시, 경기도 등 해당 지자체가 담당한다. 이에 따라 환승손실부담금을 지급해야 하는 지자체들은 "가뜩이나 곳간이 비었는데 정부는 생색만 내고, 비용은 지자체에게 전가한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니 환승손실부담금이 제대로 지급될 리 만무하다.

이처럼 중앙 정부가 담당해야 할 국가사업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는 사례는 비단 버스 부문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정부는 최근 들어 의료ㆍ교육ㆍ주거ㆍ교통ㆍ다문화 등 폭증하는 국민의 복지 수요를 채우기 위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지자체와 매칭(Matching) 형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매칭 사업이란 중앙 정부가 사업비의 절반 정도를 내면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가 나머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지자체 단체장으로선 선거 등을 고려해 매칭 방식의 각종 인프라 사업을 거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위험 수준까지 추락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0년 60% 수준이었던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올해 역대 최저인 51.9%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50% 이하로 하락할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전남ㆍ북과 강원도, 경북도의 재정자립도는 20%대에 불과하다.

지방 기초단체의 경우 10%대에 머물고 있는 곳이 허다하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자체의 주 수입원인 지방세수까지 급감하면서 일부 지자체는 "공무원 월급도 주기 힘들 정도"라고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연일 '반값 등록금' 같은 무상복지 시리즈와 감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 복지서비스는 필요하지만 빈 곳간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은 곤란하다. 총선과 대선이 있는 내년에는 무상 포퓰리즘이 얼마나 활개를 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송영웅 사회부 차장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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