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물품보관함에 영아 시신을 버린 범인(본보 23일자 10면)은 서울대 법대생 행세를 해온 20대 미혼모로 드러났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23일 영아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버린 혐의(사체 유기 등)로 김모(19)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인터넷 채팅에서 알게 된 남성과 만나다 임신을 한 뒤 지난달 31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Y모텔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4일 아이가 숨지자 나흘간 모텔에 방치하다 8일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풍역(지하철 7호선) 물품 보관함에 버렸다. 김씨는 "아기를 성인용 베개에 기대 재웠는데 외출 후 돌아와보니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서울대 법대에 다닌다고 부모를 속여 기숙사비를 타내는 등 철저히 이중생활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아버지는 경찰에서 "딸이 2010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고득점을 받는 등 말썽 한 번 안 부린 모범생"이라며 "성균관대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서울대 법대에 다시 입학했고 사법고시 1차 시험도 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대학에 합격한 적도 없고 수능성적표도 가짜라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가 입학했다고 한 해는 로스쿨 도입으로 서울대 법대가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았다. 김씨는 출산이 임박해오자 기숙사 입사를 핑계로 4월에 집을 나와 모텔에서 혼자 지냈고 생활비는 아버지가 준 직불카드로 충당했다. 경찰은 김씨가 고의로 아기를 숨지게 했을 가능성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 시신을 부검할 방침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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