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개스토니아의 RBC은행에 남루한 차림의 중년 남성이 나타나 창구 여직원에게 쪽지를 건넸다. 총을 갖고 있으니 당장 1달러를 내놓으라는 쪽지를 펴보고 직원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남성은 소파에 앉아 "경찰을 부를 테면 부르라"는 말까지 했다. 그는 은행이 부른 경찰에 붙잡혔다.
교도소에 갇힌 리처드 제임스 베론(59)은 인터뷰에서 "감옥에서 무료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범행을 꾸몄다"고 털어놓았다. 가슴 종양과 허리 디스크, 또 왼쪽 발도 성치 않은 그가 공짜 치료를 목적으로 감옥 행을 택한 것이다.
베론은 "3년형을 희망한다"고도 말했는데 이는 지난해 3월 하원을 통과한 미국 건강보험개혁법안이 준비 기간을 감안할 때 빨라야 3년 후 시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년 동안 교도소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누린 뒤 출소 후 공공보험의 도움을 받자는 게 그의 복안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비무장 강도는 대개 형기가 1년을 넘지 않는다. 실제로는 범행 당시 총도 없었다. 3년 후 공공보험 시행 여부는 더욱 불투명하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건강보험개혁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벼르기 때문이다. 정치전문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는 "미국 국가 의료체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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