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 성차별 집단소송에서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 집단소송은 천문학적인 배상액 외에도 기업 문화에 미치는 파장 때문에 소송 제기 이후 10여년 동안 업계의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미 대법원은 20일 세계적인 소매업체 월마트의 여직원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과 승진에서 차별을 받았다'며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월마트의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많은 여직원들이 (임금과 승진에서) 단일소송을 제기할 만큼 회사 내에 광범위한 차별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했다.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소송이 집단소송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월마트가 정책을 통해 명백하게 차별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소송은 미 전역의 월마트 여직원 150여만명이 소송에 참여한 사상 최대규모의 집단소송이었다.
언론은 이번 판결이 경영진과 종업원의 고용관계가 새롭게 규정되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잇따른 집단소송 관행에도 급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와 여성계, 의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히 판결이 기업 편에 선 보수 성향의 대법관 5명과 여직원 입장에 선 진보파 대법관 4명이 5대4로 팽팽히 맞선 다수결로 결정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루스 긴스버그 대법관은 "월마트에 문제가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소수의견을 냈다. 긴스버그를 포함한 여성 대법관 3명은 모두 소수의견에 섰다. 여성계는 "힘 있는 고용주에게는 편히 쉴 수 있게 하고 약자에게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했다"고 비난했고, 의회에서는 '남녀임금평등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업계는 환영의 성명을 쏟아냈다. 특히 월마트와 유사한 집단소송에 걸려있던 골드만삭스, 코스트코, 베스트바이, 도시바 등 20여개의 업체들은 "월마트 뿐 아니라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기업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승리"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01년 캘리포니아주 피츠버그 매장에 근무하던 여성 직원 6명이 같은 직종의 남성들보다 임금이 적고 승진기회도 평등하지 않다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8,000여개의 월마트 매장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의 80% 이상이 시급을 받는 하급직인 반면 매니저 이상의 간부는 14%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여직원들은 2007년 예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패소했으나 지난해 4월 연방 항소법원은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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