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3년 독재' 벤 알리, 35년 징역형 받았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3년 독재' 벤 알리, 35년 징역형 받았다

입력
2011.06.21 12:03
0 0

'징역 35년, 벌금 5,000만디나르(약 386억원)'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독재자가 23년간 저지른 권력남용과 부정축재의 대가다. 20일(현지시간) 튀니스 형사법원은 1월 시민혁명으로 축출된 지네 알 아비디네 벤 알리(74) 전 튀니지 대통령에 대한 궐석재판에서 권력남용과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5년과 벌금 5,000만디나르를 선고했다고 CNN방송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의 부인 레일라 트라벨시에게는 징역 35년과 벌금 4,100만디나르(약 315억원)가 선고됐다.

튀니지 당국에 따르면 벤 알리 부부에게 적용된 혐의는 권력남용, 공금횡령, 마약밀거래 등 무려 93개다. 1월 그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도피한 뒤 대통령 궁에선 수백만 달러의 현금과 보석, 각종 무기, 마약 등이 발견됐다. 이날 재판에선 횡령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선고됐으며, 다른 혐의에 대한 공판은 변호인단의 요청에 따라 30일로 연기됐다. 또한 살인과 고문 등 35개 혐의는 군사법원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현지 TAP통신이 보도했다.

벤 알리는 재판 전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희생양으로 정적에 의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또한 1월 사우디아라비아로 도피해 망명한 것에 대해서는 "가족을 데려다주고 되돌아오려 했으나 승무원들이 명령을 따르지 않고 나를 두고 갔다"며 속아서 망명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수도인 튀니스의 형사법원 밖에선 1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와 독재자의 실정을 비판하며 그를 법정에 세울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CNN은 전했다.

이날 재판은 아랍권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 된 튀니지의 독재자 부정부패에 대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벤 알리에 이어 2월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반정부시위 당시 통신망 차단에 대해 3,300만달러(약 357억원)의 벌금형을 받았으며 시위대에 대한 발포명령 혐의 등으로 8월 형사법정에 설 예정이다.

벤 알리 전 대통령 일가가 과거 기발한 방식으로 부정축재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벤 알리와 인척들이 집권 23년간 은행과 통신, 부동산 업체 등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해왔으며, 440억달러 규모인 튀니지 경제의 3분의 1 가량을 주무르고 있었다고 21일 보도했다. WSJ은 형사법원의 사건기록과 주변인물 인터뷰 등을 통해 벤 알리 일가가 독점 계약을 따내기 위해 권력을 동원해 경쟁업체를 압박하는 등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재산축적 방식은 공기업 민영화다. 그는 1987년 집권한 뒤 대부분의 국영기업을 민영화했으며, 이를 인척들에게 배분해 부를 늘렸다. 한 튀니지 당국자는 WSJ에 "100여명에 달하는 벤 알리 인척의 경제 네트워크가 워낙 방대해 이를 급격히 해체할 경우 튀니지 경제가 마비될 수도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