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부당 인출된 예금 85억원을 환수키로 했다고 21일 밝혔지만, 실제 소송 과정에서 이 금액이 전액 환수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이 밝힌 '통합도산법 상 부인권'을 사용해 예금보험공사나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저축은행 임직원 본인이나 친인척의 부당인출에 대해서는 고의성이 명백하므로 승소 확률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고객의 경우 고의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도산법 제100조는 부인권에 대해 "관리인이 회생절차개시 이후 채무자(부산저축은행 임직원)가 회생채권자나 회생담보권자(예보 및 예금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한' 행위에 대해 이 행위를 부인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만약 부당 인출자가 단순히 저축은행 임직원에게서 "돈을 찾아가라"는 전화를 받고 전후 사정을 잘 알지 못한 채 인출했다면 부인권을 적용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예보가 소송에서 이 고객이 "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인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확실한 검찰 수사 결과가 뒷받침돼야 한다.
다만 이른바 VIP 고객이 아닌 저축은행 임직원과 친인척이 인출한 예금에 대해서는 환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 101조 특칙 조항에는 "이익을 받은 자(부당 인출자)가 채무자(저축은행 임직원)와 시행령에서 정하는 특수 관계인(친인척 등)인 경우에는 채권자나 담보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것을 알고 있는 걸로 간주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 없이 관계 입증만으로도 회수가 가능하다.
검찰이 차명을 이용한 '쪼개기 예금'을 불법화하고 실제 예금주를 추적해 여러 계좌를 합쳐 5,000만원까지만 보호해주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에 건의한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2008년 대법원 판결 이후 부산저축은행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 저축은행에서 가족 명의를 활용한 '예금 쪼개기'를 적극 권유해 왔기 때문이다.
당시 예보는 가족명의를 동원해 예금 쪼개기를 한 예금자의 경우 합산해 5,000만원까지만 예금보험료를 지급하겠다고 했으나, 대법원은 "예보가 분산 예치된 예금명의자의 보험금 지급청구를 거절하려면, 금융기관과 실예금주 사이에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실예금주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전국 대부분 저축은행에서 예금의 상당부분이 가족 명의로 분산 예치돼 있어, 검찰의 요구대로 법을 고칠 경우 대량 해지가 발생하는 등 혼란이 예상된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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