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신(食神)’으로 불리는 홍콩 미식가 차이란(蔡瀾ㆍ70)씨가 중국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한식당 발굴을 위해 20일 방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초청했다.
그는 홍콩과 베이징 등 중국 각지에 14개의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세계 각국의 음식을 소개하는 책을 100권 이상 출간한 음식 전문가다. 이미 수 십 차례 한국에 와서 서울, 전주, 부산 등 전국 각지 별미를 찾아 다닌 한식 애호가이기도 하다.
그는 김치나 불고기가 아닌 갈비찜과 간장게장, 장어구이 등을 대표적인 한식으로 꼽는다. 그는 21일 서울 북창동 ‘한가람’과 소격동 ‘큰기와집’등의 한식당을 방문해 음식을 맛본 후 조목조목 평했다.
“식사 전 위 운동을 촉진하고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주는 죽은 맛보다는 건강을 생각한 음식이죠. 중국이나 일본에서 파는 장어의 90% 이상이 양식산인데 비해 해산물이 풍부한 한국에서는 자연산 장어의 쫀득쫀득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네요. 갈비찜은 부드러운 고기의 육질이 일품이며, 진한 고기소스가 밴 당근, 무, 감자를 곁들여 세계 어딜 내놔도 손색 없는 요리입니다. 한식은 각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 다른 재료와의 조화까지 고려한 훌륭한 음식입니다.”
문제는 한식을 세계화하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차이란씨는 명쾌하게 답했다.
“왜 세계화를 해야 하죠? 한식이 세계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맥도널드나 피자가 되기를 진정 원하세요? 한식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게 세계화죠.”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음식은 ‘맛’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재료를 쓰고, 정성 들여 음식을 만들면 어느 누가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 나옵니다. 가령 개고기는 음식이 나쁜 게 아니라 적합한 재료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4박 5일 일정 동안 서울, 경기 지역 10여 곳의 한식당과 관광 전문 식당을 찾아 음식을 맛보고 품평회를 한다. 이후 중국여행사 등과 연계해 한식을 소개하는 한편 8월에는 50~60여명의 중국 부호들과 함께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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