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부당대출 혐의와 관련해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내부 직원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2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합의28부(부장 김시철) 심리로 20일 열린 속행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신한은행 컨설팅 팀장 김모씨는 "은행 경영조사국의 압력으로 검찰 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먼저 김 팀장은 "금강산랜드에 대한 대출 컨설팅은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상급자(신 전 사장)의 부당한 압력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검찰이 신 전 사장의 핵심 공소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부당대출 외압' 부분을 정면으로 뒤집는 진술이다. 현재 검찰은 신 전 사장 등 경영진이 컨설팅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해 은행심사역이 거절한 대출을 성사시킨 혐의를 중심으로 공소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진 김 팀장의 '양심선언'은 신한은행 경영조사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쳤음에도, 은행 경영조사국이 압력을 행사해 (비정상적인 컨설팅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문답서를 작성했다"며 "조사국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고, 당시에는 문답서의 내용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신 전 사장이 부당한 압력을 넣었다는) 내용을 그대로 조사과정에서 진술했다"고 강조했다.
파문이 확산되고 있지만, 검찰은 김 팀장의 진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김 팀장 진술은 (신 사장 혐의 입증의) 큰 틀에서 볼 때 아무 의미가 없다"며 "검찰 조사 당시와 법정에서의 김 팀장 진술이 (사실 관계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신 전 사장은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6,600만원을 횡령하고 투모로 그룹 등에 438억원을 부당 대출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29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509호 법정에서 열린다.
정재호 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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