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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활짝 웃는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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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활짝 웃는 인문학

입력
2011.06.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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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인문대 선생님들이 제가 사는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달려 나갔습니다. 제가 '존경하는'이란 관형어를 사용하는 것은 인문대 선생님들 중에는 제가 대학생 시절 가르침을 주신 스승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거친 세상을 떠돌며 밑줄을 그으며 읽었던 좋은 책의 지은이들도 계시고, 사람의 향기가 훈훈한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을 모시고 반구대 암각화로 가는 오래된 길을 걸었습니다. 가는 내내 쏟아지는 선생님들의 대화는 '길 위의 인문학 특강'이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제가 제출하는 리포트마다 빨간색 밑줄을 치던 선생님은 예나 지금이나 적확한 비유로 참나무 종류를 설명하시는데 그때 귀에 들어오지 않던 가르침이 지금은 왜 가슴까지 와 닿던지.

그때 왜 이 즐거운 가르침에 귀 열고 가슴 열고 공부하지 않았던지. 인문학이 위기란 말은 어제 오늘의 말이 아닙니다. 대학에 몸담은 지 얼마 되지 않지만 저도 인문학의 한 부분인 시(詩)를 가르치며 안타까울 때가 많은데 평생을 인문학 사랑에 몸담아 오신 선생님들 마음은 어떠하시겠습니까.

우리 대학 인문관은 월영캠퍼스 시대를 열며 제일 먼저 지어진 건물이어서 1호관으로 불렀습니다. 이번 여름방학에 오래된 인문관 교수 연구실을 밝고 편리하게 리모델링 한다는 소식에 환하게 웃던 선생님의 웃음처럼 인문학이 늘 활짝 웃길 바랍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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