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검찰과 경찰의 관계, 수사권 조정의 문제는 각 나라의 역사적 경험과 법 체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공통된 원칙이 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형사사법체계를 갖고 있는 일본의 경우, 경찰에 1차 수사권이 주어져 있다. 그러나 검사의 지시나 지휘에 대한 복종 의무가 있어 이에 따르지 않을 땐 검찰이 해당 경찰관에 대한 징계 소추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경찰은 피의자를 48시간 체포할 수는 있으나 구속 수사는 불가능하다. 경찰에도 독자적인 수사 권한을 부여하되, 경찰 권력이 비대해지지 않도록 검찰에 의한 통제 장치를 둔 것이다.
대륙법 계통에 속하는 유럽의 각국들은 대부분 검찰 우위의 수사권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절대 권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 경찰 국가의 폐해 극복 등을 거쳐 현 형사사법체계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수사의 책임자는 검사이며, 사법경찰은 검사의 보조기관이어서 지휘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에는 자체 수사인력이 없어 경찰의 도움을 받아 수사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 검찰도 사법경찰에 대해 자격 부여권, 자격정지ㆍ취소권 등을 행사하면서 수사를 지휘한다.
반면, 영미법계 국가에선 검찰은 기소, 경찰은 수사를 전담하면서 서로 대등한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영국에서는 이른바 '길퍼드 4인방' 사건(북아일랜드공화군(IRA) 테러에 개입했다는 허위 진술을 경찰이 고문으로 받아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경찰이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를 모두 담당했으나, 1986년 검찰청이 신설되면서 경찰-검찰 분권 체제가 성립됐다.
미국도 연방과 주, 카운티, 시 등 단위별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면서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기소 유지 등을 위한 보강 수사가 필요할 때만 직접 수사에 나선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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