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원내대표가 20일 과거 자신의 '정치적 주군'이었던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를 만났다. 황 원내대표는 판사 시절 서울대 법대와 법조계 선배인 이 전 대표가 1993년 감사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감사위원으로 전격 영입됐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가 신한국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자, 황 원내대표는 비서실장으로 다시 이 전 대표를 따라 입당해 전국구 의원으로 첫 배지를 달았다. 이 전 대표는 신한국당 입당 조건으로 황 원내대표의 전국구 공천을 내세웠다는 후문도 있다.
이 전 대표의 두 차례 대선 도전을 지근 거리에서 도왔던 황 원내대표는 인천 연수구에서 세 번 내리 당선되면서 4선 의원이자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의 격상된 '신분'으로 이 전 대표를 찾아간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은 황 원내대표에게 "취임하자마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덕담을 건넨 뒤 "야당이 때로는 (여당을) 공격하지만 나라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목말라 하는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결심을 화제로 떠올렸고, 황 원내대표는 "중대한 결심을 하고 아마 긴 여정을 갈 것 같다"고 말했다.
30여분간 진행된 비공개 면담에선 '보수적 가치'가 화두였다. 이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분당을 뺏긴 의미를 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고, 황 원내대표는 "국민이 원하는 바와 보수적 가치를 제대로 결합시키겠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또 "(한나라당의 정책변경을 두고) 포퓰리즘, 좌클릭 이야기가 나오는데 진정한 보수 이념으로 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등록금 문제와 관련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실제 이뤄질 수 없는 것을 이뤄질 것처럼 치고 나오는 것은 중대한 국민에 대한 사기"라며 "두 당은 머리를 식히고 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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