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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사우디 '70년 밀월' 아랍의 봄 맞아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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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사우디 '70년 밀월' 아랍의 봄 맞아 깨지나

입력
2011.06.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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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5년 초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 아지즈 사우드 국왕과 밀약을 맺었다. 사우디가 석유에 대한 미국의 특혜를 인정할 경우 미국은 사우디 왕정 체제를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원칙은 70년이 지나도록 굳건히 이어졌다. 미국은 현재 사우디에서 캐나다, 멕시코 다음으로 많은 석유를 수입한다. 대신 사우디는 600억달러어치의 미국 무기와 군사장비를 구입했다. 미국 대테러전쟁의 전진 기지로, 미국의 골칫거리 이란의 도전을 막아주는 방파제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양국 밀월관계에 금이 갈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19일(현지시간) "전통적 맹방 미국과 사우디가 중동 지역에서 각각 영향력 확대를 꾀해 사이가 틀어졌다"고 보도했다.

결정적 계기는 올해 초부터 아랍권을 휩쓴 반정부 민주화 시위다. 특히 3월 사우디가 바레인 정부를 돕기 위해 1,000여명의 병력을 파견하면서 갈등은 표면화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는 잘못된 방법을 선택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요르단을 놓고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에게 권력 분점을 통한 민주주의 개혁을 받아들이라고 꾸준히 설득했지만 사우디는 "미국의 충고를 무시하라"며 훼방을 놓았다.

바레인과 요르단의 공통점은 둘 다 사우디와 같은 수니파 왕조라는 것이다. 사우디 입장에선 두 나라가 시아파 세력이 이끄는 시위대에 전복되는 것은 수니파 왕정 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따라서 중동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미국도 양국 관계의 이상 기류를 인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아랍의 봄'이 양국 사이에 긴장을 조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 참에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중동의 맹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기세다. 요르단에는 4억 달러의 자금 지원과 함께 수니파 왕정국가 협력체인 걸프협력협의회(GCC) 가입을 제안했다. 이집트에도 이슬람원리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득세를 우려, 40억달러의 경제 원조를 약속했다.

사우디는 또 자국 국민에게 지급할 보조금 재원 확보를 이유로 "유가 안정에 기여해 달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거듭된 요청을 가볍게 거절했다. 그 동안 미국과의 가장 강력한 연대 고리였던 석유 수급 문제에 대해 독자 관리에 나선 것이다. 미 외교협회(CFR) 중동전문가인 스티븐 쿡은 "사우디는 앞으로도 국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중동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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