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을 경우 공정경쟁이 가능한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심사를 진행 중인 G마켓(거래액 4조9,000억원ㆍ점유율 38.5%)과 옥션(3조1,000억원ㆍ24.4%) 통합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리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초거대 기업을 상대해야 할 3위권 이하 업체는 강력하게 반발하는 반면, 합병 당사자들은 잠재적인 외부 시장참여자가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합병 반대의 최전선에 선 기업은 업계 3위 업체인 '11번가'이다. 이들은 미국의 다국적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가 옥션에 이어 2008년 G마켓까지 인수하면서 사실상 국내 관련 시장은 이미 독과점에 진입한 지 오래라고 주장한다. 11번가 관계자는 "공정위가 2008년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승인한 뒤 오픈마켓 시장에 새로 진입한 사업자가 전무하다는 게 독과점 구조의 고착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11번가 등 후발기업들은 또 "별도 회사로 운영되는 두 회사가 합병 이후 화학적 결합에 성공하면 통합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현재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합병으로 두 회사의 인력과 조직, 고객 데이터 등이 통합되면 그만큼 판매자와 소비자에 대한 지배력이 더 커지고 진입장벽도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들 업체의 결론은 명확하다. 원칙적으로 승인에 반대하며, 만약 합병을 승인한다면 시장점유율 한도를 설정하는 등 '구조적 시정조치'가 부과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픈마켓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중소 판매업자도 거대기업 출현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G마켓이 고객 유인을 위해 과도하게 할인 쿠폰을 발행해 중소 판매업자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ㆍ2위 회사가 합병해 '슈퍼 갑(甲)'이 되면 영세상인의 피해가 심해질 것'이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지난달 공정위에 제출한 상태다.
반면 G마켓 등은 외부의 잠재적 경쟁자를 내세워 합병 승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신세계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온라인 유통을 강화하고 있으며 '모바일 쇼핑'과 '소셜 커머스' 등의 등장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전통적 구분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네이버 등 포털업계 강자의 신규 참여 가능성도 부각시키고 있다.
합병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 주변에서는 결국 합병 승인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008년에도 이미 공정위가 이베이의 G마켓 지분 인수를 승인해준 전례가 합병 가능성을 높게 보게 하는 가장 큰 근거다. 실제로 당시 공정위는 ▦3년간 판매수수료 인상 금지 ▦중소 판매자 보호 대책 수립 ▦공정거래법 준수 방안 수립ㆍ시행 등의 '행위 제한' 조건을 달긴 했지만, 외부의 잠재적 시장참여자 때문에 87.7%에 이르는 두 회사의 점유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구조적 시정' 요구는 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번에도 "오픈마켓 시장의 특성상 진입장벽이 낮아 시간이 지나면 과점 상황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두 업체의 점유율은 '한 지붕 아래'로 들어간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오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열회사간의 합병은 통상 14일 기한의 간이심사 대상이지만 이번엔 최장 120일까지 가능한 '일반심사'방식으로 진행 중"이라며 "합병으로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우려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마켓(open market)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의 일종. 운영자가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일반 인터넷 쇼핑몰과 달리 개인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 수 있도록 장소(사이트)를 제공하고 판매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온라인 장터' 같은 개념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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