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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의 베이스볼그래피] <12> 아련한 미소, 김경문 전 두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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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의 베이스볼그래피] <12> 아련한 미소, 김경문 전 두산 감독

입력
2011.06.2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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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을 앞두고 저는 두산의 스프링캠프 취재를 위해 일본 미야자키를 찾았습니다. 오전 9시가 안 된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두산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훈련 중인 선수들 옆에서 그라운드를 고르고 있었습니다. "감독님은 선수들이 정말 예쁘신가 봐요. 이런 것도 직접해주시고요"라고 제가 물었더니 김 감독은 "그럼 다들 내 새끼들인데. 8년이나 키운 놈들이야" 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김 감독과 관중석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죠. 당황해서 허겁지겁 인터뷰를 마치려는 저에게 김 감독은 괜찮으니 준비한 것을 모두 다 하라며 미소 지었습니다. 비는 그칠 줄 몰랐지만 김 감독은 특유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했습니다. 회색 머리카락에 맺힌 빗방울을 보니 김 감독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김 감독의 배려 덕에 저는 인터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김 감독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야구를 잘 아네"라며 저에게 칭찬을 했습니다.

야구에 대해서는 늘 열등생인 저에게 칭찬을 해 주다니 저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코 끝이 시렸던 차가운 그라운드, 선수들의 힘찬 타격소리, 그리고 김 감독의 촉촉해진 머리카락. 지난 2월의 인터뷰는 저에게는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며칠 전 두산의 경기를 다녀왔습니다. 김 감독 사퇴 이후 맹활약하고 있는 김현수 선수에게 김경문 감독이 섭섭해 하시겠다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김현수 선수는 고개를 떨구며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크게 당황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에 담긴 그 마음을 어찌 모를까요. 저 또한 빗 속의 인터뷰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모든 야구팬들, 그리고 이슬비 속의 인터뷰를 늘 머리 속에 떠올리는 저에게도 김 감독과의 여운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KBS N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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