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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가 이철수 새는 온몸으로 난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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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가 이철수 새는 온몸으로 난다' 전

입력
2011.06.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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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군을 갓 제대한 무명화가는 고무판을 이용해 찍어낸 작품 수십 점을 품에 안고 화랑 문을 두드렸다. 천대 받고 힘 없는 민중을 그린 화가의 작품 '문둥이' '북 치는 앉은뱅이'등이 대중 앞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판화는 대중의 눈시울을 적시고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일약 유명 판화가가 됐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화가는 첫 전시회를 열었던 곳에서 지난 서른 해의 화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목판화가 이철수(57)씨가 서울 관훈동 관훈갤러리에서 22일부터 내달 12일까지 목판화 30년 기획초대전 '새는 온몸으로 난다'전을 갖는다. 그는 "그림을 그린 지 30년이 됐다는 게 나로서는 굉장히 큰 복이다. 한눈 안 팔고 그 길을 걸어오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학창시절 책 읽기와 글 쓰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이씨는 대학에 가지 않고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다. 고 무위당 장일순(1928~1994), 판화가 오윤(1946~1986) 등이 그의 든든한 친구이자 스승이었다. "당시 민족문학은 있는데 사회 참여적인 미술은 없다는 생각에 그림을 시작했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판화가 '데모'하기에 좋다는 생각에 판화를 했지요."

1980년대 목판에 새긴 그의 거친 칼자국은 폭압적인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이었다. 당시 그의 작품 '동학 연작' '거리에서'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 등은 각종 포스터와 전단, 깃발, 책 표지로 쓰였다. 한때 TV에서 운동권에 대한 압수수색 뉴스를 전할 때 배경화면에서 그의 판화 작품이 단골로 등장할 정도였다.

86년 충북 제천군 천등산 박달재 고개 아래로 거처를 옮긴 후부터는 시정(詩情) 넘치는 짧은 글을 함께 넣으며 판화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농사를 짓고 일상과 자연을 사유하면서 얻은 성찰과 생활에서 깨닫는 소소한 생각들을 풀어냈다. '좌탈' 시리즈와 '단청' '잣나무'를 비롯해 90년대 중반 '적멸' '등 뒤에서' '땅콩' '개소리' 등 자연, 가족, 일상 등으로 작품세계를 넓혔다. 이씨는 이런 변화에 대해 "90년대 이후 급격하게 작품이 변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스스로 고민하고 변화하는 과정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틈틈이 메모한 글귀로 그림을 그린다. 그 글과 그림을 보기 위해 그의 홈페이지(www.mokpan.com)를 찾아 가입한 이들만 약 6만 명에 달한다. "그림에 담긴 짧은 이야기들은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픈 이야기임과 동시에 제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과도 같아요. 말 한마디라도 곱게 하고, 가능하면 나누면서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6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것은 뜻밖에도 새(鳥)다. 창공을 향해 독수리 한 마리가 힘차게 검은 날개를 펼쳐 오른다. "정밀한 칼집을 내 사진같은 대형 독수리 판화를 그렸죠. 독수리가 내뿜는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고 싶어 기존에 하지 않았던 작업을 했어요. 좌우의 날개로 나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날아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작품입니다. 여전히 이념갈등, 좌우구별이 남아있는 우리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녹여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근작 55점과 1981~2005년 제작한 목판 중 선별한 58점을 합쳐 총 113점이 나온다. 그의 작품집 <나무에 새긴 마음> (컬처북스 발행)도 출간됐다. (02)733-6469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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