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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토부 장관님, 호통치고 끝내선 안됩니다

입력
2011.06.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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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의 불미스런 행동으로 국민께 송구하고 장관으로서 비통하다." 20일 오전 8시30분 정부과천청사 국토해양부 4층 대회의실. 취임 후 첫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권도엽 장관의 첫 마디는 "결연하고 숙연했다"는 게 한 참석 간부의 전언이다.

권 장관은 이날 '청렴실천 및 조직문화 선진화 관련 장관 특별지시'에서 "공정사회라는 새로운 잣대로 볼 때 과거 관행으로 했던 것이 전부 문제가 되고 있다"며 관행 근절을 선언했다. "철저히 반성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국토해양호가 침몰할 위기"라는 절박한 심정도 내비쳤다. 그러면서 비리 근절을 위한 '국토해양부 행동준칙'을 마련ㆍ시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장관이 이날 지시한 행동준칙은 우리 사회의 규범에 비춰서도 다소 파격적이다. 앞으로 국토부 직원들은 산하기관ㆍ협회 등 외부와는 물론, 직원들끼리도 밥값을 각자 계산해야 한다. 골프나 과도한 음주도 금지된다. 적용 시점은 '이날부터 무기한'이다.

감사와 감찰도 강화된다. 전 직원을 상대로 전방위 내부 암행감찰을 벌이고 부서별, 직원별 청렴도를 가려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문제가 된 연찬회 같은 외부행사는 입안단계부터 사전검증을 철저히 하기로 했다. 한번만 걸려도 승진에서 제외하고 공직을 뺏겠다는 엄포도 따랐다. 국토부는 또 유착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다음달 말까지 '조직문화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규제혁파 ▦투명업무 프로세스 ▦합리적 인사 ▦특혜소지 제거 등 '폭넓고 근본적인' 내용이 담긴다고 한다.

문제는 장관이 한 마디 했다고 공정하고 투명한 조직문화가 정착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사실 국민들 입장에선 국토부의 행동준칙이 의례적인 이벤트로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연하고 숙연했던' 다짐이 유야무야 돼 코미디의 소재로 전락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지시도 청와대의 불호령에 서둘러 나왔음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몰래' 해야 할 암행감찰을 떠들썩하게 선포하거나 '한번만 걸려도 불이익을 준다'는 식의 엄포성 지시로는 곤란하다.

국토부는 올해 전체 국가예산 가운데 13%(약 40조원), 전체 부처별 규제 가운데 22.5%(1,584건)를 쥔 '슈퍼 갑(甲)' 부처다. 국토부의 처분에 목 매는 수 많은 을(乙)들이 존재하는 한, 청탁은 더 교묘하고 집요해질 것이다. 장관이 한 마디 했다고 어느 외부 인사가 국토부 직원에게 "밥값은 당신이 내시라"고 하겠는가.

그런 만큼 부패한 조직문화를 바꾸려면 다소 무리해 보이더라도 구체적이고 엄격한 처벌기준을 설정하는 게 옳다. 부디 7월 종합대책에서는 내부 통제장치 및 처벌 기준을 더욱 촘촘히 마련하고, 복잡한 규제나 업무처리 방식 등 불필요한 '권한'도 대폭 내려놓길 바란다. 청렴은 '군기잡기'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합리적인 제도 마련과 엄격한 적용이 관건이다.

김용식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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