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전국에 방치돼 있던 2만3,669명의 소외계층을 새로 찾아냈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를 접하는 기분은 착잡하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의 이벤트로 그만큼 찾을 수 있었다는 현실과, 복지부는 이제껏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곳의 극빈층을 점검해 보호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복지부의 수많은 약속이 얼마나 부실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번에 찾아냈다는 사례들은 강제된 이벤트의 결과다. 지난 달 초 지하철 화장실에서 생활하는 3남매의 사연이 언론에 보도됐고,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가 이런 사람들을 보살펴야 한다”고 지시한 일이 계기가 됐다. 이후 복지부는 전국의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해 유사 사례에 대한 실태 파악을 서둘렀다. 5월 23일부터 6월 15일까지 진행된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보호를 위한 전국 일제조사’가 그것이었다. 언론이 고발하고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져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허겁지겁 서둘러 1만2,135건의 사례를 찾아냈고, 2만여 명 중 33%에게 기초생활수급과 긴급복지 등의 지원을 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추정하고 있는 복지 소외계층이 전국적으로 80만~1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2~3%정도를 찾아 당연히 했어야 할 대책을 마련해준 셈이다. ‘지하철 3남매’와 처지가 유사한 장애인 아동 노인 노숙자 등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고, 복지부가 입버릇처럼 앞세워온 ‘찾아가는 복지’의 허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복지부는 2007년부터 전국적으로 희망케어센터와 복지콜센터를 운영하며 행정력을 활용하거나 본인과 제3자의 신고를 받아 사각지대 해소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조직들이 그 동안 제대로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양 건 감사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복지예산의 누수가 국가적으로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시 없이는 움직이려 들지 않고, 소외계층의 아픔을 모른 척한다면 보건복지부라 부르기조차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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