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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글라스 커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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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글라스 커튼 월

입력
2011.06.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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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건물의 외장 양식에는 크게'아트 데코'(Art Deco)와 '글라스 커튼 월'(Glass Curtain Wall) 두 가지가 있다. 아트 데코 양식은 1920년대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전파돼 꽃을 피웠다. 뉴욕 맨해튼에 들어선 마천루 1세대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초고층 빌딩은 건물 외부에 비계조립이 힘들어 유리, 금속재, 무기질 재료 등 설치가 용이한 커튼 월 양식이 197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서도 통유리를 사용하는 글라스 커튼 월이 단연 인기다.

■ 글라스 커튼 월은 자연광을 활용할 수 있고, 유리의 독특한 색깔로 건물 외관이 아름답다. 친환경ㆍ하이테크 이미지도 풍긴다. 밤에는 실내의 빛이 밖으로 퍼져나가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 낸다. 현재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버즈 두바이(850㎙), 2위 타이베이 101빌딩(509㎙), 3위 상하이 월드파이낸셜센터(490㎙) 등 요즘 아름다움과 첨단기술을 뽐내는 초고층 빌딩은 예외 없이 글라스 커튼 월 양식이다. 우리나라도 서울 여의도 63빌딩, 삼성동 무역센터 등을 시작으로 글라스 커튼 월 양식 고층 빌딩이 도심을 점령한 지 오래다.

■ 그러나 외벽 전체가 유리로 된 건물은 그 자체로 온실이다. 글라스 커튼 월은 창문 여닫기가 쉽지 않아 공기 순환을 위한 특별 시설이 필요하다. 특히 여름에는 태양 복사열 차단이 중요한 과제다. 겨울 낮은 좋지만 밤엔 내부 열을 쉽게 빼앗겨 춥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빛은 투과하지만 열을 차단하는 로이(low-e) 특수 코팅 유리를 많이 쓴다. 하지만 이 특수 유리를 쓰면 공사비가 훨씬 더 든다. 턴키 방식으로 발주된 국내 공공건물이나 임대건물에 로이 유리를 사용하는 예가 거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 호화청사 논란을 빚었던 경기 성남시청사가 요즘 불볕더위에 거대한 찜통이 되고 있다고 한다. 에너지 효율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글라스 커튼 월 공법으로 겉멋만 부린 대가를 직원과 민원인들이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시책도 시책이지만 냉방 온도를 낮추려면 엄청난 전기가 소모된다. 서울 용산구 신청사, 서울 금천구청사, 경기 용인시청사, 서울 강남 GT타워 등 유리 외벽 공법을 채택한 다른 공공 건물이나 민간 고층 건물들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에너지 효율에 관한 한 우리 사회는 아직 한참 멀었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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