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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47개국 대학협회 보고서/ "대학 순위 평가는 엉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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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47개국 대학협회 보고서/ "대학 순위 평가는 엉터리"

입력
2011.06.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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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대학을 한 줄로 세워 등수를 매기는 각종 대학평가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벨기에에 본부를 둔 유럽대학협회(EUA)는 최근 발표한 '세계 대학순위평가와 영향' 보고서에서 "불투명한 잣대와 편견에 바탕을 둔 순위평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47개국 850여 고등교육기관 협의체인 EUA가 대학순위평가에 대한 보고서를 내기는 처음이다.

EUA는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 중국 상하이교통대 등이 실시하는 13종의 대학순위평가를 분석한 뒤 "각 대학의 고유한 가치를 무시하고 일률적인 연구실적의 잣대로 대학을 줄 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EUA의 첫번째 비판 논점은 평가 대상 대학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1만7,000여 대학 가운데 각종 평가의 대상이 되는 대학은 1~3%인 700~1,200개에 불과하다. 보고서에 연구결과가 인용된 세계은행 교육전문가 자밀 살미는 "세계 '톱 500'을 뽑을 때 평가 대상이 되는 대학이 몇이나 될까"라고 자문한 뒤 "대답은 500개"라고 꼬집었다.

순위를 매기는 기준 또한 평가기관의 취향과 의도에 따라 자의적으로 적용된다. 보고서는 "평가기관들은 출판물수, 교직원수, 논문인용 기준 등에서 제각각 다른 차원의 평가 분모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숫자들은 합산하기 전 다시 한 번 '수학적 작업'의 과정을 거친다"고 비판했다. 정책 입안자나 사회가 대학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을 만큼 객관성이 없다는 얘기다.

언어적 장벽도 대학의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어나 독일어로 작성된 출판물이나 논문은 영어로 작성된 것보다 인용빈도가 낮은 경향이 있는데, 이 인용빈도가 곧 그 연구물을 생산한 대학의 순위를 좌우하게 된다. 보고서는 대학 순위평가가 각 대학의 본질과 달리 과도하게 단순화한 인식을 갖게 만든다며, 이를 상징하기 위해 보고서의 표지를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들의 그림으로 꾸몄다.

EUA는 대학 순위평가가 엉터리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은 갈수록 증가, 각 지역에서 이 순위에 들기 위한 대학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더 타임스가 3월 발표한 2011년 세계 대학순위 200위 안에 한국 대학은 포항공대(28위)를 포함해 4개였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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