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방안을 논의할 유로존(유로 사용 17개 국가) 긴급 재무장관회의가 19일 재개되면서 2차 구제금융지원이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낙관하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민간도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고 고집하던 독일이 한 발 양보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리스가 디폴트(국가부도) 위기를 일단 벗어난다 해도 일시적인 해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많고,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의 위기 확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일요일인 이날 저녁 룩셈부르크에 모여 그리스 2차 구제금융 문제의 마지막 절충작업을 벌였다. 23, 24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1,100억유로(170조원) 안팎의 그리스 지원안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현지시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정상회담으로 추가 지원을 둘러싼 대립은 고비를 넘겼다. 정상회담 뒤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 구제금융에 있어 민간의) 참여가 자발적으로 이뤄지기를 원한다. 지금까지는 이것을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한 발 물러서면서 타협점이 마련됐다. 민간은행 등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에 대해, 일률적으로 7년 만기 채권으로 차환하는 기존 입장을 바꿔 자발적으로 롤오버(만기연장)를 하도록 용인하겠다는 의미였다.
메르켈 총리는 18일엔 독일 기독민주당(CDU) 회합에 참석, "민간의 구제금융 참여는 자발적이어야 하며, 독일은 이 원칙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덕분에 그리스 채권에 물려 있는 프랑스의 BNP파리바 등 3대 민간은행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민간의 부담이 시장에 충격을 줘 주변국으로 연쇄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룩셈부르크 총리)은 18일 벨기에,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재정위기가 (구제금융 방안이 진행 중인) 포르투갈 아일랜드는 물론 스페인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로 전염될 수 있다"며 "민간의 자발적 참여에 대한 '형태와 범위'를 합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 신용평가사, 금융시장 등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금융시장에 불을 지르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7일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그리스에 대한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말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1년 전부터 그리스에 1차 구제금융 1,100억 유로를 지원하고 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또 그만큼의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사의 경제전문가 벤 메이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그리스 집권당의 취약성과 분열 때문에 의구심만 확산되고 있다. 수개월 내에 그리스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혹은 EU의 동의 아래 그리스가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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