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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좋은 시절인가, 허망한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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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좋은 시절인가, 허망한 꿈인가

입력
2011.06.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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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국제 금융시장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하다 문득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가 떠올랐다. 재즈(Jazz) 시대로 불리는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주인공 개츠비는 이렇게 외친다.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고요? 아뇨, 그럴 수 있고말고요! 전 모든 것을 옛날과 똑같이 돌려놓을 생각입니다."

유동성 파티 더 즐기려는 시장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도 지금 개츠비 만큼이나 과거로 돌아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함께 본격화한 경제위기 이전의 '좋았던 시절'로 말이다. 이를 위해 미 정부와 Fed는 AIG를 비롯한 부실 금융기관에 천문학적인 금액의 구제금융을 제공했고, 기준금리를 제로금리(0~0.25%) 수준까지 파격적으로 인하했으며, 1조7,000억 달러 및 6,000억 달러 규모의 1.2차 양적완화(QS) 조치를 잇달아 단행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쉽게 살아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서히 개선되는 듯했던 경기지표마저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5월 실업률은 9.1%로 두 달 연속 높아졌고, 주택가격은 8년 반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소비자 신뢰지수도 전달보다 떨어졌다. 또한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Fed는 21~22 양일간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기준금리는 더 이상 내릴 수 없다. 이번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양적완화 정책의 지속 여부다. 2차 양적완화가 6월 말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물론 Fed가 당장 3차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이 뭔가 신호를 주지 않을까 하는 게 시장의 기대다.

시장의 바람은 한마디로 유동성 파티를 더 즐기겠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도 양적완화는 의회의 승인 없이 쓸 수 있는 확실한 경기부양 카드다. 양적완화는 단기국채(T-bill)를 매입해 추가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면 시중금리는 떨어져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다. 투자 확대는 고용 증가로 이어진다. 또 시중금리 하락은 주가와 부동산가격을 끌어올려 자산 효과를 통한 소비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 그야말로 최상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시중금리가 이미 충분히 떨어진 상태에서는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금리 하락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가 있다. 과연 그런 과거가 정말 누구에게 좋은 시절이었느냐는 것이다.

알다시피 이번 경제 위기의 뇌관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그 배경은 부동산시장의 거품이었다. 이 거품은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완화와 저금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모기지 회사들은 신용도가 떨어지는 저소득층에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팔아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다. 투자은행들은 모기지를 증권화한 상품을 만들어 수입을 올렸다. 보험회사들은 이들 증권의 신용부도스왑(CDS)을 팔아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렇게 얻은 수입으로 금융기관 임직원들은 두둑한 보너스를 챙겼다.

소득계층 따라 명암 엇갈려

하지만 거품이 터지자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집을 장만한 저소득층은 직장도 잃고 집도 날렸다. 2008년 이후 해마다 200만 채 이상의 주택이 압류돼 경매로 처분됐다. 반면 거품을 만들어낸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구제조치로 대부분 살아남았다.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 조치의 최대 수혜자 역시 고소득층이었다. 게다가 골드만삭스와 J.P. 모건 같은 대형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균 보수는 지난해 1,000만 달러를 넘었다. 이들에게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좋은 시절이지만, 이미 집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과거는 결코 되돌아갈 수 없는 허망한 꿈인 것이다.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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