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작심하고 우리 사회 전반의 비리와 부패를 질타했다. 지난 주말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은 전례 없이 직설적으로 공직자들의 안이한 직무태도, 관행에 기댄 접대문화, 대국민 권위의식, 기관별 밥그릇 싸움, 전관예우 구조 등을 두루 짚었다. 실제로 최근 저축은행 비리와 국토부 연찬회 향응 논란을 통해 우리 사회의 기득권과 먹이사슬식 비리구조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비리구조를 전면 해체하지 않고는 국가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나라가 온통 썩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절박한 현실 인식을 토로한 것으로 들린다.
당장 내달부터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이 시작된다. 전반적인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총리실 차원의 전방위 감찰과 병행해 검ㆍ경의 공직비리 사정도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물론 대통령 발언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이탈하는 민심을 추스르고 집권 후반기 권력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정권마다 비슷한 시기에 반부패 사정을 반복해온 기억도 생생하다. 그러나 의도가 어떻든 우리 사회가 왜곡된 기득권과 비리구조의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벼랑 끝에 몰린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개혁 의지의 진정성과 지속성이다. 혹시라도 과거처럼 선거를 의식해 정략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이번에도 크게 기대할 건 없다. 잔뜩 분위기만 잡다가 흐지부지 결말을 흐리는 식의 감찰과 사정은 내성만 키워 비리구조를 더욱 완강하게 만들 뿐이다.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지난 정권들이 숱하게 벌인'부패와의 전쟁'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보다는 더욱 회의하게 만든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강력할 수 없는 언사로 비리 척결과 개혁 의지를 내보인 만큼 스스로 결과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직접 떠안게 됐다. 이번에야말로 말 뿐이 아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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