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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 보수세력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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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국 보수세력의 고민

입력
2011.06.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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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보수세력은 심기가 편치 않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아올 만한 마땅한 후보가 없어서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그를 단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호언하지만, 내부 기류는 '그저 그런 후보로는 오바마를 이기기 힘들다'는 쪽이다. 언론은 공화당 잠룡들이 보수세력을 하나로 결집할 역량이 있는지 의구심을 보낸다. 이런 불안감은 그나마 가장 주목 받던 미치 대니얼스 인디애나 주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더 커졌다. 당내 중진들이 출마 선언한 후보들을 놔두고 끊임없이 다른 인사들에 눈길을 던지는 이유다.

내년 대선 공화당 후보에 불만

여기에는 공화당 내부의 복잡한 이념 스펙트럼이 큰 요인이다. 본래 탈 많고 말 많기로 유명한 것은 민주당이었다. 진보적이다 보니 추구하는 이념의 강도와 관심분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공화당이 그 짝이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극단적 성향의 티파티가 득세하면서 공화당 주류와 비주류 간에 선명성 등을 놓고 갈등이 적지 않다.

출마 후보들은 이런 분파적 구도와 무관치 않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정ㆍ재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낙태와 동성애, 총기규제 등에서는 민주당에 가까울 정도로 보수이념과는 간격이 크다. 보수권이 맹렬히 비난하는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의 모델을 제공했다는 점 때문에 공화당의 공적(公敵)이 되다시피 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정통 보수를 대표한다지만, 혼외정사와 잦은 설화 때문에 당을 아우를 주자와 거리가 멀다. 지난주 처음 열린 공화당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주가를 올린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은 티파티 후보라는 점에서 신뢰감이 떨어진다.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 등 몇몇이 이념적 편향성에서 자유로운 듯 하지만 전국적 인지도가 낮은 한계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직 프리미엄에도 불구, 재선에 불리한 여건을 많이 안고 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리비아까지 3곳의 전쟁을 치르고 있고, 무엇보다 경제가 여전히 나쁘다. 흑인 히스패닉 등 지지세력의 충성도도 예전 같지 않다. 이렇게 약한 대통령을 앞에 두고 적절한 대항마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공화당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보수 유권자를 더욱 실망시키는 것은 대선 승리보다 이름을 알려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계산을 하는 잠재적 후보들이 있다는 점이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공식 출마선언은 없이 분위기만 띄우면서 저서와 강연, TV 출연 등으로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점에서 이런 부류와 다를 게 없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TV 프로그램 진행으로 버는 엄청난 돈의 유혹을 버리지 못해 출마를 포기한 것처럼 페일린도 변죽만 울리다 결국 돈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역대 선거에 이변 많아

미 대통령 선거에는 이변이 많다. 영화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역대 가장 위대한 대통령의 하나로 추앙 받으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칸소 시골 출신의 빌 클린턴이 걸프전 영웅인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이긴 것이나, 상원의원 2년 경력에 불과한 오바마가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물리치고 본선 승리까지 거머쥔 것도 대선 역사에 남는 기록이다. 공화당이 이변의 주인공 오바마를 상대로 또 다른 이변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황유석 워싱턴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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