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앙숙 오바마-베이너 '골프 회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앙숙 오바마-베이너 '골프 회담'

입력
2011.06.19 11:48
0 0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 두 정치적 앙숙이 그린 위에서 만났다.

6개월 전 오바마 대통령이 약속한 베이너 의장과의 '골프 영수회담'이 18일(현지시간) 오전 오바마 대통령이 매주 단골로 이용하는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의 동쪽 코스에서 성사됐다. 두 사람이 정치 외적인 자리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어서 미 언론은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인근 메릴랜드에서 시즌 두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이 열리고 있는 것에 빗대 '두 개의 메이저 대회'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들의 골프 회동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과 공화당 소속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동반했다. 케이식 주지사는 베이너 의장의 각별한 친구로, 그의 초대로 왔다. 오하이오는 베이너 의장의 고향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은 재정적자 축소, 정부부채 한도 증액 문제에서 리비아 군사개입 승인 여부에 이르기까지 날 선 대립을 계속해 왔다. 케이식 주지사도 정부예산 축소를 강력히 주장하는 대표적인 공화당 인사이다. 베이너 의장은 현안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케이식 주지사를 불렀다고 정치전문 폴리티코는 전했다.

라운딩에 관한 한 비공개로 일관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상징적 의미를 의식한 듯 이날만큼은 1번 홀 그린에서의 퍼팅 장면을 공개했다. 야구모자를 쓰고 흰색 셔츠에 짙은 긴 바지를 입은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이 4.5~6m 거리의 긴 퍼팅을 성공하자 취재진에게 "저것을 (사진으로) 잡았느냐"며 활짝 웃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골프 카트를 몰고 옆자리에 베이너 의장을 태웠다. 언론들은 "라운딩이 포섬(foursome) 방식(2명이 한 편을 이루는 대결방식)으로 진행됐으며, 18번 마지막 홀에서는 오바마와 베이너가 같은 편이 돼 각각 2달러씩을 벌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라운딩할 때는 멀리건(티샷을 한번 더 하는 것)이나 기브(퍼팅하지 않고도 홀에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것)를 인정하지 않는 '진지한 골퍼'로 알려져 있다. 공이 잘 맞을 때는 동반자에게 짓궂은 객담을 잘 하지만, 잘 맞지 않을 때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도 잘 하지 않는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성적을 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라운딩을 끝낸 뒤 클럽하우스에서 찬 음료를 마시며 즐겁게 환담했고, 잠시 US오픈 중계를 시청했다고 참모진은 밝혔다. 미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오바마의 골프 실력은 핸디캡 17이다. 베이너는 핸디캡 7.9, 바이든과 케이식도 각각 6.3, 8로 수준급이다.

둘의 골프 회동에 대해 공화당은 일체의 정치적 해석을 경계한 반면 백악관은 "사적인 만남"임을 강조하면서도 '그 이상'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공화당 정치분석가인 케빈 매든은 "오바마 대통령은 초당정치를 말로만 얘기했지 실천한 적이 없다"며 "(골프 회동은) 사진찍기용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반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두 사람이 18홀을 마치고 '협상이 타결됐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몇시간을 함께 보내면 초당적 협력의 기회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대 미 대통령들은 정치자금 기부자나 정치적 동지들과 라운딩을 자주 하지만, 상대편 당 지도부와는 골프 회동을 하지 않았다. 다만 린든 존슨 대통령은 인권법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상대편 의원들까지 골프장으로 불러내는 '골프 정치'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