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한 대회에서 종목마다 결승선 터치 패드를 가장 먼저 찍었다. 자유형 100m에선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6ㆍ미국)를 제쳤고, 200m에선 샌타클래라 국제그랑프리 대회신기록(1분45초92)까지 작성하며 거침없이 3관왕을 차지한 한국의 수영영웅 박태환(22ㆍ단국대). 실전 점검에 나섰던 박태환은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7월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 전망을 밝혔다. 중단거리에 초점을 맞춘 뒤 달라지고 있는 박태환의 진화 과정을 짚어봤다.
‘돌핀킥’으로 가속 모터 장착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음에도 박태환의 단점은 계속해서 지적됐다. 턴 동작과 돌핀킥에 의한 잠영거리가 짧다는 것. 이런 약점만 보완된다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박태환의 훈련을 전담하게 된 마이클 볼 코치도 단점 보완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부드러운 턴과 돌핀킥으로 잠영거리를 더 늘려야 한다”고 채찍질했다.
올해 3차례 호주 전지훈련과 3주간의 멕시코 고지대훈련(해발 1,900m)으로 스피드와 지구력 향상에 집중했던 것도 소기의 성과로 이어졌다. 박태환은 고지대훈련 등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출전한 미국의 샌타클래라 국제그랑프리 대회에서 자유형 100m, 200m, 400m를 석권했다. 그는 18일(한국시간) 자유형 100m 결선에서 펠프스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력을 다하진 않았지만 생애 처음으로 펠프스를 제압하는 순간이었다. 박태환은 19일 200m에서는 1분45초92의 대회 신기록으로 정상에 섰다.
그 동안 박태환은 스피드 향상을 위해 돌핀킥 보완에 힘썼다. 스타트 이후와 턴을 할 때 잠영거리를 결정짓는 돌핀킥은 박태환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박태환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4회 정도의 돌핀킥으로 7m의 잠영거리를 보였다. 펠프스의 8차례 돌핀킥과 13m 잠영거리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은 5,6회의 돌핀킥으로 10m 정도의 잠영거리를 보여 기록 향상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기술도핑시대’ 후 박태환, 쑨양, 펠프스 경쟁 제1막
박태환과 펠프스는 나란히 2009 로마세계선수권에서 참패했다. ‘기술도핑’에 밀린 결과였다. 그러나 ‘기술도핑’ 논란을 일으켰던 전신 수영복이 세계수영계에서 퇴출되면서 전신수영복을 착용하지 않았던 박태환과 펠프스에게 재기의 발판이 마련됐다. 2010년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박태환과 펠프스의 정상 재등극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박태환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르면서 해외 언론으로부터 “기술도핑 이전 시대의 기록에 근접했다. 전신수영복 퇴출 후 새로운 기록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는 박태환은 힘을 뺀 레이스에서도 수준급 기록을 내며 ‘수영황제’ 펠프스에 견줄만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최근 수영계에서는 박태환과 펠프스 외 쑨양(20ㆍ중국)이라는 신예가 등장했다. 박태환과 펠프스, 쑨양은 자유형 200m에서 정면 충돌할 예정이다.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쑨양의 2011년 기록이 가장 앞선다. 쑨양은 지난 4월 중국춘계선수권에서 1분44초99로 올해 최고 기록을 작성했다. 박태환의 이번 대회 기록인 1분45초92는 올 시즌 4위에 해당한다. 펠프스가 지난 3월에 낸 1분46초27은 올해 6위 기록.
하지만 200m 역대 기록을 살펴보면 펠프스가 가장 앞선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펠프스의 1분42초96은 역대 2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박태환이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기록한 1분44초80은 5위고, 쑨양의 1분44초99는 8위에 해당한다. 남자수영 자유형 200m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종목.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상하이 세계선수권 200m를 ‘예측불가’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페이스를 고려한다면 박태환과 펠프스, 쑨양의 경쟁 구도 제1막이 형성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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